세상에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조차 기어이 바닥을 드러내게 만드는 동네가 있었다. 품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타인을 대접하는 사람, 나의 상처가 아픈 만큼 남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사람이고 싶었다. 품위는 인간에 대한 예의이자, 가진 것 없는 자가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방어선이었다. - P83
아등바등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절박하게 애쓰지 않으면 나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 P104
그녀가 고정된 성 역할에서 벗어나 지적 갈망을 충족하고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곳은 집이 아니라 ‘방‘이다. 여자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자기만의 방에서 끊임없이 읽고 쓴다. - P133
읽는 것은 다른 삶, 다른 사유, 다른 경험을 흡수하는 일이다. - P133
읽는 데에서 나아가 쓰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자기만의 방이 가지는 의미는 더 각별해진다. 메리 올리버는 말했다. "창작은 고독을 요한다". 덧붙이자면 고독은 장소를 요한다. 휴대전화를 꺼놓을 수 있고, 창문을 닫아둘 수 있으며, 나를 부르는 타인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는 장소. 실생활과 최대한 먼 장소. 영감의 순간에 이를 때까지 침잠하고 몰입할 수 있는 장소. - P134
내가 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타인이 내리는 정의, 규정, 낙인을 거부할 수 있다. 내 안에는 나조차 알지 못하는 불가해하고 복잡한 자아가 존재한다고 항변할 수 있다. 나는 ‘존재하는 한 이야기하라‘는 명제대로 살고 싶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는 나에 대한, 나를 위한 개인적 기록만은 아니다. 자신 안에 갇히는 나르시시즘적 행위가 아니라 나의 삶을 해석하고 사유하기 위해, 그다음에는 스스로를 무한히 확대하고 다른 존재와 연결되기 위해 나는 쓰고 싶다. 자전적 이야기라도 그 안에는 사회나 시대, 타자와 관계된 무언가가 있다. 나는 내 이야기에서 다른 얼굴, 다른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기 바란다. - P134
엄마와 달리 아빠에 대한 감정은 양가적이다. - P166
가부장제는 약함을 여성성으로, 강함을 남성성으로 환원하므로 아빠는 자신이 강하지 못할 때 보이지도, 말하지도 말아야 했다. 아빠 또한 남성의 감정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의 피해자가 아니었을까? - P166
많은 작가와 철학자는 산책자였다. - P176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다. 삶의 개병은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한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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