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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 제40회 일본 문예상 수상작
이쿠타 사요 지음, 김난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학교라는 틀 안에 갇혀 시키는대로만 행동하다가 20대가 되어 주어지는 익숙치 않은 자유를 성인이라면 누구든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나도 여느 평범한 사람처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 입시 스트레스를 받으며 10대 후반을 보냈으며 20대가 되어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성인으로서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살아갈 것이다.
10대는 슬프다. 10대이니까 주어질 수 있는 구속과 획일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 용기가 없다면 나처럼 마지못해 다수 속에서 같은 공간안에 있는 이들과 경쟁하면서 보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학교든 집이든 구속받는게 싫었던 나의 목표는 오로지 '독립' 밖에 없었고, 이 목표는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많은 또래들의 목표이기도 했었다. 심지어 이 책의 주인공까지도.
20대의 관문을 막 지난 내게 세상은 또 다른 호기심이었다. 10대였기에 경험할 수 없던 많은 것을 성인의 자격으로서 경험해보니 그 동안 내가 얼마나 갑갑한 알 속에 갇혀 살았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20대의 내가 느낀 세상은 비록 그 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어둠도 물론 많았지만, 그래도 난 20대의 내가 보는 이 세상이 아직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곳이라고 여기고 싶다. 비록 대학생으로서의 내가 아직도 여러 부분에서 부모님에게 기대어 있기에 완벽한 홀로서기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때 난 또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 때 느끼게 될 심정은 20대의 관문을 지나 올 때와는 무척 다를 것 같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는 완벽한 성인으로서 자유에 주어지는 책임 또한 느끼게 될 것이고, 이것 외에도 이젠 나 혼자 세상을 살아가야 할 부담 또한 느끼게 될 것같다. 그때가 되면 내게 세상은 흥미로운 곳이 아니라 흔히 말하듯 험하고 살벌한 곳이 될까?
일상을 담담하게 스케치해나가듯 쓴 이 소설은 일본문학의 전형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독립을 꿈꾸는 10대와 20대의 과도기에 서 있는 주인공이 마치 스무살의 나를 보는 느낌이다. 입시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사춘기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때엔 엄마와도 정말 많이 싸웠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몇몇 싸움은 나의 이유없는 반항심에 기인했던 것 같다. 마땅한 이유 없이 신경질적이고, 그 때에는 내가 가장 슬픈 인간이고 우리집이 가장 불행하다고 여겼었는데, 주인공인 이가라시 메이코 또한 그렇게 느끼는 것을 보니 내가 특이해서 그랬던 게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다.
나이의 앞 숫자가 바뀔 때 마다 깨야 할 알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일이다. 몇 개의 알을 깨고 그때마다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내가 되어도 스무살의 내가 다시 될 수는 없겠지. 아,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나의 스무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