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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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신비롭다. 신대륙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지의 존재 인간, 그래서 인간의 신비를 밝혀내는 것이 소름끼치도록 흥미롭다. 그 흥미로움의 최고는 아마 '심리'가 아닐까? 여기 20C에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신대륙을 파헤쳐보는 흥미로운 심리 실험 열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반사적 조건을 그대로 갖고 있는 행동주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충분히 인간의 한계적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한 B.F.스키너부터 정신병을 약이 아닌 수술로 치유할 수 있음을 밝혀내고, 노벨상을 받은 포르투갈 우표의 주인공 안토니오 에가스 모니즈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독특한 심리를 실험하여 밝혀내고자 노력했다. 책에 소개된 열 개의 이론과 사례 중 몇 가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서는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지만, 일부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서 받아들이지 않는 이론도 있다. 가령 여덟번째 주인공인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의 경우 인간의 기억은 실제 자기가 경험한 것만을 기억하는게 아니라 주위의 압박으로 인해 없던 일을 사실인양 기억하고 심지어 부풀리기 까지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고, 실제로 실험으로 입증하기까지했다. 그녀가 활동할 때 쯔음, 잠재되었던 기억에서 갑자기 떠오른 과거의 성적인 학대를 떠올려 뒤늦게서야 성적학대를 가한 아버지 혹은 그 외의 다른 범죄자를 고소하는 사건이 늘게 되었다. 로프터스는 고소당한 피고인들을 위해 변호하게 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반발이 있음에도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내가 이 책에서 느낀 흥미는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심리학에 대한 점도 물론 있지만, 인간의 심리를 처음으로 이론화하는 학자들에게서는 로프터스같이 하나같이 고집이 있었다는 점에서도 있었다. 어떤 학설이든 처음에는 세상에 수월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발이 있음에도 이처럼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이 가치있고, 인문학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저자의 발로 뛴 노력과 땀이 책을 더더욱 가치있고, 그로인해 독자들에게 더더욱 큰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스키너의 딸이 자살로 인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항간의 소문이 있지만, 저자가 직접 그녀의 언니를 통해서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냈고, 실제로 약물의 중독성을 스스로 테스트해 보는 행동은 충분히 그녀가 이 책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이 책은 그저 13,500원의 책 한 권에 불과하지만, 책을 읽노라면 그 가격의 가치보다 훨씬 더 책이 독자에게 선사해주는게 많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심리학은 재미있다. 인간이 인간을 연구함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변함없는 진실을 이론화하는게 아닌, 마음과 뇌와 그로 인해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을 연구하여 이론화하는 것은 여느 인간탐구보다 더더욱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열가지의 심리는 우리가 현재 당연한 듯이 여기고 있는 것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반발과 시행착오가 있었고 한 사람의 수많은 시간의 노력이 있었는지를 알게된다면, 인간이란 하나의 미지의 대상이면서도 실로 대단하고 굉장한 종이 아닌가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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