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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 - 시간을 뛰어넘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17살 고교생이었던 내가 어느 날 잠이 들어버리고 순식간에 남편과 딸을 가진 아줌마가 되어버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줄곧 '왜'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가 않았다. 도대체 왜 마리코는 25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은걸까? 끝끝내 책에서는 이 '왜'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쉽게도 말이다.
어쨌든, 이런 확실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시간이 SKIP되어버린 주인공 마리코는 처음에는 혼란을 겪게된다. 무엇보다도 25년의 시간을 뛰어넘은터라 소녀였던 그녀의 모습에서 주름살 많고 살찐 전형적인 아줌마의 모습으로 변한 걸 가만히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좌절해버리면 더 이상 자기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주어진 상황에 충실해진다. 그녀가 교사로 살아왔기에, 무엇보다도 책에서는 교사로서의 마리코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학교 축제와 체육대회 등의 이벤트가 책의 대부분을 할당할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던 점은 일본 학교에서의 이벤트와 내가 학교 다닐 때 했던 이벤트는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나의 십대때의 학교에서의 축제가 떠올라 공감할 수 있었고, 책 속에 나오는 학생들이 모든 일에 적극적인 모습이 무척이나 예뻐보였다. 이런 열정이 42세의 겉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17살 소녀의 마리코 또한 가지고 있어서, 그녀는 젊어보이고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을 듣게 된다. 심지어 고백을 받을 정도로.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겉모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지만, 우리 안의 마음가짐이 어떠하냐에 따라 충분히 그 모습 또한 예뻐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물두살의 난 영원히 지금과 같이 이십대를 간직하고 싶다고 느낀다. 주름 없이 탱탱한 피부와 무한체력의 젊음이 사라진다면 삶이 얼마나 우울할까를 생각하곤 한다. 때문에 한 해씩 나이가 들면서 점점 초조함을 느낀다. 어쩌면 SKIP은 20대의 시간이 지나고 30대 이상의 오랜 삶을 살아 본 사람들이 돌이킬 수 없는 젊은 시절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 아주 소중한 선물이 될 것 같다.
'카르페디엠'. 내가 10대때를 아쉬워하듯, 언젠가는 지금도 아쉬워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만을 간직한채 살아가기에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현재에 충실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