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2년 동안 장소만 바뀔 뿐, 교복만 바뀔 뿐이지, 네모난 공간 속에서 네모난 책상을 앞에 두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왔고 난 대학생이 되었다. 모든 대한민국 10대라면 거치는 과정이겠지만, 18살 무렵 그러니까 지금의 사요코 나이에 난 어느날 급식을 받으러 줄을 서고 있다가 빽빽히 줄 서 있는 학생들의 머리를 쳐다보면서 과연 이 많은 학생 중의 난 무엇이고, 이 학교라는 공간은 똑같은 옷을 입혀두고 똑같은 지식을 가르치는데 한 사람의 인격과 개성을 알아주고 존중해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니 심지어 이름이라도 알까라는 생각마저... 학교라는 공간은 그렇다. 나에겐 너무나도 끔찍하고 사회화라는 명목하에 개성을 말살시키는 곳이 아니었을까?

온다 리쿠의 작품을 처음 접한다. 현재 그의 작품이 꽤 많이 출간된 걸로 알고 있고, 인기도 많은 작가로 알고 있지만 그의 데뷔작인 이 작품 하나만으로 그의 작품 특성을 알아가긴 힘들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세계같은 본격 미스터리 장르라고 하기에도 조금 미흡한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그의 이름 앞에 '노스탤지어의 마술사'라고 붙여놓았는데 다른 그의 작품을 많이 접해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란 얼마나 이상한 곳인가. 같은 또래의 수많은 소년소녀들이 모여들어 저 비좁은 사각 교실에 나란히 책상을 놓고 앉는다. 얼마나 신기하고 얼마나 유별난, 그리고 얼마나 굳게 닫힌 공간인가." 내 나이 18살의 학교에 대한 느낌과 어쩜 이리도 같은지. 이토록 너무나도 변함이 없어 지겨운 학교라는 공간이지만 나름의 변화를 주는 특별한 행사가 있으니, 바로 매년 한 명씩 졸업식날에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그 전 해의 사요코에게 꽃과 열쇠를 받으면 그 해의 사요코가 되는 사요코 행사이다. 책은 여섯번째 사요코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을 스토리로 했는데, 사실 내용 자체는 그닥 흥미롭지 않기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학교라는 영원의 공간 속에서 우리의 추억이 존재하는 찰나적인 상징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을 느꼈다. 또 학교에 대한 묘사 또한 나의 10대때의 머릿속을 보는 것 같았다.

다시 10대가 되어 학교를 다녀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 20대가 되어 12년 간의 마라톤을 끝냈을 때 10대의 나로서 남은것은 추억밖에 없지 않을까? 같은 공간에서 매년 다른 학생들이 똑같은 자세로 수업을 듣지만, 그들에게 그 공간을 기억할 수 있는 매개체는 '추억'밖엔 없는 것이다. 이 책 속의 사요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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