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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의 조금 오래된 작품을 접했다. 미야베의 인기에 힘입어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지만, 난 누렇게 변색된 책으로 읽었다. 그러나 내용만큼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다루었다고 할 수 있다.
'신용불량자'라는 단어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귀에 무척이나 익숙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카드 하나만으로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고, 그로 인해 늘어나는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져버려 빚을 갚지 못해 야반도주나 자살을 하는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 사회문제로 확대되었다. 때문에 한때는 신용불량자가 큰 이슈가 되었었고, 신용불량자 뿐만이 아니라 카드 회사들까지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었다.
이 책 화차는 바로 이런 신용불량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린 서스펜스 소설이다. 한 번의 실수로 큰 빚을 지고 가족이 모두 야반도주를 하고 끝끝내 뿔뿔이 흩어져버린 비참한 과거를 안고 사는 주인공을 형사가 쫓으며 과거를 드러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용불량자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을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야베의 메세지는 나처럼 신용불량자의 잘못에는 오로지 개인적인 부분만 있다고 보는 시선을 타파하고자 하는 것 같다. 실제 책 속에 등장하는 변호사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사고를 일으킨 사람만이 잘못을 한 게 아니라고 한 비유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화차'를 읽고 내가 가장 많이 깨달은 점이 바로 이런것이고, 때문에 이렇게 빚을 떠안게 된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조금은 따뜻하게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미야베의 소설에는 박진감도 있지만 언제나 인간에 대한 사랑이 녹아 있다. 그런 그녀가 소비만능사회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을 소재로 한 '화차'라는 아주 멋진 소설을 탄생시켰다. 책을 읽을 때는 그 재미로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다 읽고 나서는 왠지 모를 먹먹함과 씁쓸함이 느껴지는게 미야베 작품의 특징인 것 같다. 이 책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미야베 미유키는 나에게 언제나 최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