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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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참 이상한 곳이다. 가기 전에는 엄청 설렌다. 설렌 마음으로 도착하면 그 날부터 후회스럽다. 그냥 편한 동남아나 가야 했었나싶다. 그만큼 싱경이 예민해지고 역사와 유물, 유적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재대로 즐기기 어렵다. 처음 유럽을 갔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딱 십 년 전, 영국이었다. 목표가 여행이 아니라 언어였다. 그때는 떠나기 전에 영국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었고, 기본적인 영어에 대한 공부 또한 많이 하고 갔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좋았다. 한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태어났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더 이상 그 사회에 융화되기 힘든 한계를 느꼈다. 동양인으로서 유럽에서 살기가 얼마나 서러운지를 느꼈으며 영어를 1, 2년으로 마스터 한다는 것 조차 오만한 생각임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후에는 그닥 유럽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가 10년 후인 2019년 추석에는 얼떨결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순전히 여행으로 유럽을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십 년 전과 차이점이 있다. 그 어떤 준비도 하지 않고 떠난 것이다. 로마와 피렌체 여행을 했는데 피렌체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속성으로 피렌체에 관한 책을 다 읽은 게 전부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김상근이 쓴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이다. 당연히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그렇다고 다시 이탈리아를 가고 싶지는 않다. 같은 유럽이라도 영국과는 너무다른 민족성이 느껴졌다. 미개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했고, 국민들의 수준이 그닥 높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늘 그 여행지가 좋은 기억으로 남기위해서는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는 나라 전체가 유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매우 별로다.

 

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이 막 발간을 했었다. 위시리스트에 담아놓고는 여행 가기 전에는 책을 구할 루트가 없고 시간도 없어서 읽지 못했다. 아쉽다. 이 책을 읽고 여행을 갔다면 좀 더 여행의 질이 좋았을 건데 말이다. 이 책은 로마 여행의 교과서라고 해도 충분하다. 로마 역사와 그 역사 속 유물, 유적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 한 권으로 로마를 마스터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만큼 로마 역사가 짧은게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로마사 뿐만 아니라 관련된 다른 책도 읽어야 완벽하게 숙지가 된다. 책을 한장씩 넘기면서 내가 밟았던 로마 곳곳의 기억들과 사진들을 되짚어 나갔다. 그 때에는 무심코 넘겼던 곳들이 모두 의미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이탈리아를 또 가게 될 지는 모르겠다. 저자처럼 로마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가겠지만, 여행 그 자체를 좋아할 뿐이고 여행은 자고로 몸과 마음의 휴식과 즐거움이 우선이라고 생각되기에,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는 여행지로서는 별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탈리아는 천재들의 나라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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