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아빠가 방송기자로서 약 30년 간을 한 직장에 몸담으셨었다. 어렸을 적 아빠 회사에 놀러갔던 기억과 아빠가 집에서 기사를 손으로 쓰시고, 전화 연결해서 그 기사를 읽어내려가셨던 모습들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주6일 일하던 시절, 아빠는 정말 밤낮 없이 일하셨었다. 그리고 그 회사를 정년퇴직하셨다. 아빠는 우리 삼남매 중 한 명이라도 아빠와 같은 방송일을 하시길 원하셨었다. 그래서 나는 꿈꾼 적도 없던 PD가 되기 위해서 대학 졸업 후 잠깐 방송 편집 일을 배웠었고, 그 과정에서 나는 방송과 나는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일단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며, 돌아다니는며 카메라를 찍는 것 또한 너무 싫었다. 루틴한 업무를 좋아하는데 방송일은 PD이던 기자이던 전혀 그런 삶을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후 미련 없이 나는 방송 관련 일은 접었다.

 

그러나 읽고 쓰는 걸 워낙에 좋아하는터라 신문이나 사보에 글을 싣는 일은 나와 잘 맞는 듯 하여 그 후 몇 군데 면접 본 기억은 난다. 그 당시에는 나는 이렇게 많은 잡지사와 신문사가 한국에 많은지 처음 알게 되었다. 주로 그런 곳에 면접을 볼 때면 늘 느꼈지만 어찌나 꼰대같은 인간들이 많던지, 기자정신은 모르겠지만 면접관으로서는 꽝이었다. 그들도 그저 밥벌이를 위해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러 요즘엔 그 당시 내가 면접 본 곳은 아마도 사양산업으로 몰락해가지 않을까 싶은 궁금증이 생길 때가 있다. 요즘 사람들이 종이신문 보는 광경 자체를 볼 수가 없고, 새로운 소식은 바로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다보니 워낙 기자 아닌 기자들이 많아서 웃기지도 않은 틀린 맞춤법을 기사에서 보게 된다. 오보는 기본이다. 이게 바로 바른 미디어일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보다도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와 서열이 존재함을 느낀다. 특히 이런 신문사는 더욱 정치적인 느낌이 든다. 비록 소설이지만 어느정도 업무환경은 팩트에 기반한다고 생각된다.

 

7년 전 여자 아이가 유괴되고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 당시 잡힌 범인은 사형 판결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러나 당시 주오신문의 사회부 기자들은 공범이 있다고 판단을 했고 범인이 마지막으로 유괴를 하려고 했던 여자아이가 죽었다고 기사를 낸다. 그 후 피해자의 부모들로부터 강력 항의를 받게 되고, 관련자들은 지방 발령 및 보직 변경을 하게 된다. 그러나 7년 후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이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사건이 7년 전 사건과 유사함을 발견하게 되고 파헤치게 된다.

 

형사 소설을 워낙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한 서술은 거의 모두 형사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을 많이 접했다. 그러나 이렇게 기자의 시각에서 쓰인 소설은 처음 읽어보게 된다. 그들의 사명감이 오롯이 느껴지며 매일매일 발행되는 신문이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서 경쟁사를 따돌리고 독점적으로 기사를 내보내기 위해서 분투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진다. 사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이렇게 일하는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일이 거의 없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MBC 시사프로그램 부서에서 3개월 가량 인턴으로 자리만 지켰던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때 느꼈던 회사 분위기가 떠올랐다. 그 당시 기자들도 자기들은 보도국에 비하면 바쁜게 아니라고 했었는데, 정말 밤낮 없이 일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곳임을 깨닫고 과감히 언론쪽은 나와 맞지 않음을 느꼈다. (워낙 워라벨을 중시하는 성향 때문에)

 

누군가 기자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일에 미치지 않으면 절대 해낼 수 없는 몇몇 업종 중 하나를 간접적으로나마 재미나게 체험해볼 수 있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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