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 (여름방학 에디션) - 어제도 오늘도 무기력한 당신을 위한 내 마음 충전법
댄싱스네일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살면서 우울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 우울함이 심해지면 병이 되는 것이고, 약을 복용해야 할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항상 생각하지만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느닷없이 찾아올 수 있는 병인 것 같다. 한 번도 질병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 극한 우울함을 느껴본 적이 없지만 (내 기준에서는 '죽고싶다'라고 느껴지는 정도) 만성적인 우울함과 부정적인 생각은 서른이 넘어서도 달고 사는 것 같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의 태생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억지로 긍정적이고 쾌활해지지는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가도 긍정적이고 주변에 사람이 많은 사람을 보면 '왜 나는 늘 이럴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제목도 깜찍한 이 책이 그런 내게 위로를 준다. 굳이 그렇게 억지 쓸 필요 없다고 전해주는 것 같다. 책 날개에도 저자에 대한 디테일한 프로필은 없다. 저자의 본명도 없다. 닉네임이 '댄싱스네일'이다. 이 춤추는 달팽이가 책 한권으로 내게 큰 위로를 선사해준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너무 놀랐던 것은 저자와 나의 성향이 무척이나 비슷하다는 점이다. 대학 다닐 때 까지만 해도 늘 밖으로 나돌아 다니면서 약속 잡는 생활에 익숙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집순이' 성향이 강함을 발견하게 되었고, 집에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평온한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여행은 엄청 다닌다.) 누군가에게 쉽게 다가가서 마음을 열기 힘든 성격이고, 무뚝뚝한 편이지만 사실 여린 마음의 소유자이다. 저자가 이런 성격까지 비슷한지는 사실 모르겠다. 그러나 책에 나오는 여러 단상들과 솔루션을 보면 늘 겉돌기만 할 뿐 무리에 포함되지 못하고 자책하는 나에게 '모두 다 그래'라고 위로해주는 것 같다. 내가 그닥 불행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10대 때는 늘 걱정만 붙들고 살면서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는 게 너무 미개하다는 생각에 야자를 어떻게 하면 빼먹을까 궁리만 하다가 수능은 제대로 망쳤다. 20대 때는 직장생활에 학을 떼고 반 백수로 보내다가 대학원에 욕심이 생겨서 준비했지만 불합격하여 포기하였고, 30대가 되어서 그냥 그렇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늘 과거에 매달려서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만 하며 살았고, 미래에는 '어떻게 살아야 될까'라는 생각만 막연히 하면서 살고 있는 내가 요즘에는 다시 책에 빠져서 나름의 행복론을 찾았다. 바로 '현재'에 집중하는 것. 다만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해 놓는 전제에서 말이다. 이런 내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은 역시 '책'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 마다, 불안할 때 마다, 심심할 때 마다 어린이의 나와 성인의 내게는 여전히 책이 곁에 있었다. 어쩌면 가장 건강하고도 좋은 습관이 아닐까.

 

알고보면 나란 사람은 참 괜찮은 것 같다. 늘 나 자신의 즐거움과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나는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때로는 대담하지만 (회사에서 부장놈이 내게 '독고다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노예들과 어울리기 싫은 고고한 '학'과 같은 생활을 해서. 그래서 '너는 돈 몇 푼에 노예 생활 충실히 하냐'고 반문하고 싶었다.) 나름 잘 살아온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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