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김하나를 알게 된 계기는 바로 유튜브. 집에만 오면 퍼져서 유튜브를 시청하곤 하는데, 명사들의 초청 특강 채널에서 그녀를 처음 보게 되었다. 남자같은 외모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책에도 강조된 말인 '만다꼬'를 강조하며 뭐하러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가냐.. 뭐 그런 비슷한 메세지를 말했던 것 같다. (사실 잘 기억은 안남) 그 후 나는 그녀에 대해 정보를 더 얻고 싶어서 네이버로 검색하게 되었고, 그녀의 SNS를 팔로우하게 되었다. 온통 고양이와 여행사진들.. 여행하면 또 내가 아닌가. 풀 타임 직장인인 나는 더없이 그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SNS 팔로우를 했으니 이제는 그녀가 쓴 책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평소에 에세이는 별로 안 읽는 편이지만 제목부터가 내 가치관과 딱 들어맞아서 나름 기대를 안고 책장을 넘겼다. 섹션은 두 가지로 Part1인 '가까이에서'와 Part2인 '멀리에서'로 나누어서 구성되었다. Part1인 '가까이에서'에서는 저자와 가족 그리고 친구 또 일상에 대한 여러가지 글들을 모아두었다. 인스타그램으로만 보던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이 책을 계기로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고나할까. 역시 사진에서 보던 바와 같이 고양이와 친구들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또 몇 가지 글들은 연애에 대한 단상이었는데, 정말 솔직히 내가 봤을 때 연애를 많이 해봤을 것 같지 않았지만 본인 스스로 많이 해봤다고 하니 뭐... 그런가보다.

 

Part2인 '멀리에서'는 말 그대로 멀리에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다. 반년 간 남미여행을 했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싶다. 역시 그녀의 기질에는 유목민적인 무언가 숨겨져 있다. 평소 남미의 매력을 잘 모르는 터라 몇몇 글들에서 칭찬 투성이인 탱고나 음악에 대해서는 쉽게 감정이 이입되기는 힘들었지만 여행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기에 Part1보다는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만다꼬'라는 부산 사투리로 대변되는 그녀의 유연한 일상.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보면 이따금 느껴지는 게 바로 '젠체함'. 이 느낌은 내가 그녀의 SNS를 들여다봤을 때도 느꼈던 부분이다. 40이 넘는 나이에 나는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라는 자신감 그 이상의 무엇. 굉장한 사람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났고, 이런 명문대를 나왔다 따위의 딱히 대놓고 척하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스스로가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듯한 그 어딘가의 불편함이랄까. 누구나 그렇게 자유롭게 살 수는 있다. 그리고 그렇게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저자의 '만다꼬'에 그닥 협조적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저자는 그렇게 자유롭고 여유롷게 살아도 커버가 될 환경과 조건에 놓여있기 때문. 가령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회사 대표와 다른 팀 직원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직원이 '요즘 살이 너무 쪄서 운동해야 되는데 말이죠' 라고 하니 대표가 '운동하면 되잖아요'라고 무심히 내뱉던 장면이 떠오른다. 일년에 쓰고 싶은 만큼 휴가 쓰고 퇴근하고 싶을 때 아무때나 하는 대표와 기본 9시부터 6시까지 회사에 붙어 있어야 하는 직원의 상황이 같을까.

 

책을 덮고나서 내가 처음 유튜브로 접했던 김하나에 대한 호기심이 책을 통해서는 젠체의 이미지로 바뀌어버린 탓인지 혼자서 실망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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