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 1
구사카베 요 지음, 박상곤 옮김 / 학고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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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항문암 말기에 걸린 환자가 극심한 고통으로 하루하루 견디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주치의 시라카와. 보호자인 환자의 이모 또한 오랜 간병으로 지쳐가는 모습이 그를 결심하게 만든다. 바로 '안락사'를 실행하기로 말이다. 늘 환자가 우선임을 생각하는 곧은 심지의 그의 결단은 이내 세상을 떠난 환자의 어머니로부터 비난을 받기 시작하면서 매스컴과 검찰까지 가세하게 된다. 또한 일본에 안락사를 도입하려는 한 단체와 죽은 환자의 어머니를 위시한 반대파 사이에서 시라카와는 갈등하게 되며, 주변 사람들의 정치적인 행보와 뒤이은 사건에 혼란스러워한다.

 

책 표지에 의학 미스터리라고 써있지만 사실 읽어보면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미스터리의 모양을 전혀 갖추지도 않았고, 내용자체가 어쩌면 정치에 더 근접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래전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인 <하얀거탑>이 생각난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에게 권력과 정치의 유혹이 다가올 때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들여댜볼 수 있다. 결국은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내용으로 봤을 때는 사실 탄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또 마무리가 어딘가 석연치 않다. 뭔가 깔끔한 마무리가 안 된 느낌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일본사회에 안락사가 도입이 되었을 때의 사회변화를 들여다보면 안락사에 이용하는 약품을 만드는 제약회사가 상당한 이익을 챙기는 모습을 그렸다. 또 죽음을 앞둔 환자와 보호자들 사이에서 안락사의 남용(?)이 행해지는 부작용 또한 보여준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책을 일기 전까지도 사실 안락사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럴만한 계기가 없었다. 죽는게 차라리 낫다고 판단될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면 심도있게 생각해봤을 것이다. 다만 '웰 다잉'에 대한 철학은 늘 있다. 사실 인간이란 어쩌면 참으로 나약한 존재이지 않은가. 언젠가는 생명이 소멸하는 유한한 존재인데 그 마지막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 의미있게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건 좋은 일이다.

 

아쉽게도 이 작품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권력과 탐욕을 쫓는 인간의 묘사에 대해서는 탁월하다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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