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에번 핸슨
밸 에미치 외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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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와 우울증이 있는 에번 핸슨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관심받는게 익숙하지 않고, 늘 주눅들면서 다닌다. 심리치료사의 숙제로서 스스로에게 쓴 편지를 학교의 컴퓨터실에서 출력할 때 그 편지를 빼앗은 코너. 혹시라도 그 편지를 발설할까봐 조마조마하는 에번 핸슨은 코너가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 후 코너와 마치 단짝친구였던 것 처럼 거짓 과거를 꾸며내기 시작하며 코너의 부모님과 여동생을 기쁘게 한다.

 

이 작품이 뮤지컬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다소 의아하다. 내용이 공연으로 만들어지기에는 너무 잔잔하고 흥미롭지가 않다. 그저 청소년을 위한 영화 한 편 정도로는 나쁘지 않을 정도랄까... 그래서 더 뮤지컬이 궁금하다. 

 

어딜가나 학교 생활을 하다보면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소심한 학생들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렇게 나약한 태도로서는 쉽게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인데.. 그들은 지금쯤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소심한 성격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선천적인 기질이 그렇다면 그런 사람은 참 불행히도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성격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성격의 사람들에게 따뜻함으로 어루만져주기에는 이 사회, 특히 한국 사회는 그정도로 따스하지가 않다.

 

10대의 나를 돌이켜본다. 인생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었던 때였으며, 지금의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때였다. 나 역시 에번 핸슨과 다르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것이다.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며 외향적이고 사회적인 척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척일 뿐이다. 10대때의 경험이 아직도 내게는 트라우마로 남아있기에 관계에 다소 집착하고 나약하며 소심하다.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고 분위기 파악을 빨리한다. 어쩌면 이런 트라우마가 사회생활을 좀 더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건지는 모르지만, 다시 10대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그렇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 절대.

 

어렸을 적에 늘 학교 마치고 집에 혼자 걸어올 때쯤에 느꼈던 외로움이 불현듯 생각난다. 그때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다. 늘 그런 생각을 하며 의기소침하게 그 시기를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그런 내 과거를 스스로 떠올리기 싫어했다. 문득 이제는 그때의 나를 보듬어주고 그대로 받아주어야 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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