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서울이 괜찮습니다 - 삶이 기울 때 나를 일으키는 시작의 풍경들
이상빈.손수민 지음 / 웨일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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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살 무렵 서울생활을 시작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지하철 타는 것조차도 신기하고 그때만되면 진짜 서울에 온 것을 실감하곤 했으며, 말로만 들었던 서울 곳곳의 명소에 갔을 때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느꼈던건, 서울이라는 곳이 별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들이다. 사실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서울에서 혼자 살며 느끼는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각박함 같은 것들을 남들만큼 크게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학교 통학버스 정류장에 가까이 집을 얻고자 해서 처음 살게 된 곳이 양재역 근처인데, 하루가 멀다하고 강남역 교보문고까지 걸어가서 늘 책구경을 했었다. 어찌나 책을 좋아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내가 애틋(?)하다. 강남역을 거의 매일 가다보니 내게 강남역은 전혀 낯선곳이 아니었고, 강남역과 교대역 사이의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을 아지트처럼 드나들기도 했었다. 이십 대 때의 서울은 내게 그저 신기하고도 흥분되는 곳이었다.

 

서울살이에 대해서 큰 고생은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니 그때의 내가 떠오르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이십대 때 조금씩 서울을 알아갔을 때보다, 삼십대가 된 후 직장생활을 하며 고달픈 서울살이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넓고 복잡한 도시에 살면서도

나는 한 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는 사실을 취직 후에 알았다."

 

앞으로도 내가 계속 서울에서 살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먼 훗날 지금의 나를 떠올려보면 어떻게든 서울이라는 곳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몫을 해내고자 살았던 젊은 날의 내가 이십 대때의 나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애틋해지지 않을까.

 

서울에 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항상 하는 질문이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랐냐는 것이다. 생각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온 사람들이 많음을 깨닫게 되었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서울 위주로 모든 인프라가 구성되어 있는지를 절감한다. 런던이나 뉴욕이 메트로폴리탄이라고 하는 만큼이나 서울은 한국 내에서의 온갖 지방 사람들이 모여든 메트로폴리탄이 아닐까.

 

여러 지방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지만, 이렇게 냉정한 곳에서 따뜻함을 추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또 이런 곳에서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 또한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임을 십 년 정도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

 

이런 차가움과 냉혹함에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곳이 바로 고향이 아닐까... 요즘 항상 느끼는건 내가 돌아갈 수 있고 내 어린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게 얼마나 운이 좋은것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코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란 이들은 공감할 수 없는 책 속의 내용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새삼 감사함이 느껴진다.

 

젊은 날, 내 인생을 서울에서 살아가며 부딪쳐 볼 수 있는 이 경험들은 돈으로 살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결국 지나고보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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