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겠어요, 이렇게 좋은데 - 시시한 행복이 체질이다 보니
김유래 지음 / 레드박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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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가보고 싶은 곳 중 한 곳이 바로 '발리'. 서핑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관광과 휴양이 적당히 섞인 곳을 좋아하는 터라 늘 다음으로 미뤄둔 곳이다. 사실 가 보고 싶은 마음아 막연히 있을 뿐, 꼭 가봐야 된다거나 엄청 가보고 싶은 곳은 아니다.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고민 조금 하다가 늘 좀 더 가까운 곳을 택하곤 했다.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병을 얻게 되어서 퇴사한 저자. (이 부분 읽었을 때 얼마나 직장생활에 올인하는 게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짓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오랜 휴식을 발리에서 취하기로 결정한다. 용감하게 혼자서 떠나게 된 그녀. 대단한 용기를 냈지만, 처음에는 쉽지가 않다. 방에서 나오는 도마뱀과 벌레에 기겁을 하고, 자전거를 도로에서 위험하게 타기도 한다. 늘 생각하는 건 나처럼 낯가림이 너무 심한 사람은 여행 가면 오히려 더 외로워 진다는 점. 왠지 저자도 나와 비슷한 캐릭터일거라고 추측이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발리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늘 미소를 머금은 사람들이 있고, 물질적 풍요보다 진정한 마음의 평화가 먼저임을 배울 수 있는 곳에 머물다보니 스스로가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발리에 매혹이 된 점이다.

 

남들보다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하지는 않았지만, 냉정하고 차가운 현실속에서 속을 숨긴 껍데기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삶. 하루 8시간을 저당잡힌 대신 받는 푼돈. 이 모든 것에 회의를 느끼며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의 갈등으로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사무실 한 구석에 쳐박혀서 모니터만 보고 있는 청춘. 내가 정말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걸까? 제대로 산다는 건 또 뭘까? 남들처럼 이렇게 살아가는건가?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게 이 책이 한 가지 희망을 주었다.

이런 내가 헛헛하고 공허함을 잠깐의 여행으로 치유하기에는 그동안 너무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았던 건 아닐까? (사실 여느 직장인이 보면 내가 극한으로 내몰았다는 걸 아마 이해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내게 바로 유토피아같은 곳이 '발리'라는 걸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직접 내 발로 여행을 하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유토피아로 점찍어두겠다. 마음속에 찍어 둔 곳 하나라도 있어야 내가 지금의 나를 버틸 수 있기 때문에. 그 곳은 바로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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