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말고 보통 - 일과 돈에 관한 생활철학
황진규 지음 / 카멜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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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다닌지 이제 3년차. 버티고 버티면서도 왜 버티고 있는걸까에 대한 답이 없다. 답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버틸만한데 한 달 벌어서 한 달 살아가는 이 느낌. 소모되는 느낌. 비단 나만 느끼는게 아니라는건 직장생활 15년이 넘는 직원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때이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배우고 이 사회의 부르주아와 프롤레탈리아로 구분되어지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이론만 머리에 넣은채 나는 그 후 십 년, 과연 지금의 내가 몸 담고 있는 사회를 대학에서 배웠던 지식을 활용하여 의심하고 분석하고 있는걸까?

 

그런 나의 갈증과 방황에 답을 제시할 책이라고 생각하여 펼쳐 든 책. 이런 나에게 가장 적합한 것은 바로 인문학이다. 대기업에서 7년 동안 일 하고 박차고 나와서, 철학을 가르치고 쓰는 직업을 가지게 된 저자. 얼마나 나와 같은 고민을 많이 해왔었는지를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아침 9시부터 18시까지 매일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똑같은 자리에 앉아서 강제로 모니터를 보는 생활. 질린다. 이런 질리는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생각이라는걸 해서는 안된다. 살아있는 좀비같은 마인드를 탑재할 수 밖에. 그러기에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자꾸 좀비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인간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이런 내게 이 책은 선물과도 같다.

 

바로 답은 '철학'에서 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숨막힘을 견딜 수 없는 직장인에게 이 책은 철학에서 답을 찾은 솔루션을 제시해주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당장 개인이 해낼 수 없는 답을 주고 있기 때문에 다소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답이 보이지 않고 표류하던 내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는 것 같다.

 

이 답을 찾자면, 먼저 '생산'과 '소비'의 관점을 멀리서 바라보아야 하는데 우리는 미디어와 관습의 영향을 받아서 소비의 강제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일을 포기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아반떼를 타도 충분한데 굳이 벤츠를 타며 기호적인 소비를 하고자 하는 인간 심리가 바로 현재의 삶을 주도적이 아니라 버티면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한 가지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렇게사는 걸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즐거움을 주는 일들을 찾자.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주어지는 일들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삶에 뛰어들자. 즐거움과 자발성, 이 두가지 속성에 주목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들을 쌓아 나가다 보면 곧 놀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놀이를 놓지 않고 산다면 언젠가는 그 놀이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p.43-

 

숨막히고 막막하고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듯하게 사느라 사실 숲을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은 지금, 나는 내가 앞으로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의 취미를 갖고, 내가 진정 원하는 소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같다. 그럼 지금의 내가 이렇게 프롤레탈리아로 끌려 다니는 삶이 아니라 좀 더 주도적으로 살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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