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가장 지칠 때가 타인을 대하고 상처주고 상처받는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질 때가 아닐까. 모든 스트레스의 원인은 바로 이런 것이며, 이로인해 심신이 지칠 수 밖에 없다. 자연스레 누군가와의 교류를 단절하게 되며 점점 벽을 쌓게 되고, 마음을 점점 닫게 되며 급기야는 적대시하게 된다.

 

나를 처음 보는 이들은 나의 쌀쌀맞음에 당황해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쌀쌀맞음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상처'에 있다. 지금까지 삼십여 년을 살아오며 사람에게 받았던 수많은 상처들. 돌이켜보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다가 그 때의 나는 왜 그랬으며 그 때의 그들은 또한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매우 잘 읽힌다. 김영하의 소설을 자주 접해보지 못한터라 김영하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른다. 오래전에 접했던 아주 재미있게 읽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스토리 덕분에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늘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흥미로운 제목과 흥미로운 내용, 과감하게 써내려간 필체 또한 담백함이 동반되었지만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책의 뒷부분에 있는 해설을 본 후, 다시 작품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해설을 읽고 난 후,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격한 공감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은 너무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물론 문학이기에 극단적이고 실험적인 스토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지만 관계에 대한 혐오가 지속되다보면 급기야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무념이 시작되게 되고, 이는 타인에 대한 공감 또한 결여될 수 밖에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관계맺음에 대한 회의를 수없이 느껴왔지만 늘 정답은 없었다. 내가 문제인걸까 세상이 문제인걸까. 지쳐갈 때 쯤엔 아무 생각이 나지 않게 된다. 늘 반복과 악순환의 연속이다. 결국은 답 없이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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