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정수
최보윤.박영준.황재오 지음 / 드림컴어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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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처음 입학할때 어찌나 좋았던지. 드디어 주어진 자유! 지금 떠올려봐도 그때의 쫄깃하고도 가슴 터질 것 같았던 그 기분이 생각이 난다. 1학년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점점 그 기대가 실망감으로 변했었다. 물론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지만, 자유는 커녕 하루하루 지옥같은 생활이었다. 4인1실의 닭장을 벗어나 드디어 2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자취를 하게 되었다. 그때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라면을 많이 먹었었던 때가 아닌가 싶다. 딱히 혼자서 뭘 해먹기 귀찮을 때 가장 만만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바로 라면이니까. 그때부터 내 라면 취향은 지금까지도 한결같다. 신라면을 제일 좋아하고, 반드시 파와 계란을 넣고, 오랫동안 삶은 면을 좋아한다. 국물이 때로는 자작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때는 늘 밥과 함께 먹었다. 일부로 국물을 적게 하고 밥을 함께 먹기 위해서 늘 라면을 반개씩 끓이곤 했다.

 

요즘은 라면이 종류도 많아지고 고르는 재미도 있는데, 아직도 나의 최애 라면은 신라면. 가끔 지겨워질 때면 짜파게티 혹은 진라면으로 갈아타기도 한다. 마트를 가면 늘 쟁여두는 아이템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라면들. 10년 전 영국에서 어학연수 했을 때는 한국에서 자취했을 때 못지 않게 라면을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중국인마트에 가서 신라면 컵라면 소 사이즈를 2,3개씩 사놓고 홈스테이 주인 할머니가 종교 집회를 갔을 때 몰래 끓여먹었던 라면을 잊을 수가 없다. 아무맛도 안 나고 배만 채우는 영국음식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워낙 음식을 좋아하고 식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작 많이 먹지는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는 나는, 음식 만화책과 유투브 먹방을 종종 본다. 왜냐는 질문에는 딱히 답할 말이 없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퍼져 있으면 수동적으로 할만한게 그런 것들 밖에 없으니까. 이 책도 감기때문에 골골거리면서 편히 누워서 후딱 읽어버렸다. 내용이 조금 유치한데, 처음에 기대했던 라면 레시피 혹은 여러가지 라면에 대한 썰이 아니라 세 친구의 우정을 유치하게 그려내면서 마지막에 압권을 보여준다. 이 도서가 삼양라면 재단에서 만들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뜬금없이 삼양라면의 역사를 보여주더니 마지막에는 삼양라면 창립자에 대한 소개도 해준다.

 

삼양라면은 솔직히 일년에 두 세 번 먹는 라면이다. 특유의 짭쪼롬한 맛이 가끔 땡길 때가 있지만 늘 먹기에는 맛이 너무 강하고 자극적이다. 이게 바로 삼양라면의 한계가 아닐까. 비록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이라는 명예는 갖고 있지만 맛으로 보자면 아쉽다. 그럼에도 처음으로 알게 된 삼양라면 창립자의 기업가 정신은 내가 좋아하는 라면을 만든 회사에서는 좀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은 유치찬란하고 라면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은 전혀 없다. 소재는 참 좋은데 내용이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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