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국
반도 마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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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 소름끼치는 제목이다. 내용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줄거리라고나 할까. 죽은 이들이 살아나서 산 자들에게 원한을 갚고, 아이를 잉태하여 대를 잇는 저주.

 

범죄소설이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내게 이 책의 장르는 그 둘 보다는 공포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공포 장르를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조금은 낯선데, 이 책을 읽어본 후에는 그닥 다시는 접하고 싶지 않은 장르로 자리매김(?) 되었다.

 

그럼에도 일본 특유의 공포는 늘 영화에서 다른 나라의 영화보다 더 소름끼치는 무언가가 있다. 내가 중학생 때 본 '링'은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공포영화다. 이 책은 마치 '링'과 같은 공포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만 영화가 아닌 책이라는 점에서 다소 그 느낌을 오롯이 느낄 수 없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듯 영화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줄거리의 참신함이 결여되어 있다.

 

우습게도 가장 무서운건 역자의말. 권남희가 번역한 소설은 많이 접해보았는데, 역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책을 덮고도 이토록 남는 경우는 처음이다.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으로서 죽음을 궁금해하는 동생에게 '죽어보면 알잖아'라고 답한 후 시간이 흘러 동생이 정말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 누군가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다보면 막연히 궁금해했던 죽음 후의 세계에 대해서 더욱 관심이 생긴다. 또한 죽음과 삶이 멀지 않다는 것 또한 느끼게 된다. 아마도 역자는 내가 몇 년 전 가까웠던 지인의 황망했던 죽음을 접한 후 몇 달 간의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것보다 더 심한 트라우마를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의 죽음에 대한 자세 또한 나처럼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가장 크게 느낀건, 죽음을 무조건적으로 두려워하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않다는 것. 그렇다고 지금처럼 아둥바둥 살지 않게 되는 건 아니다. 산다는 건 이토록 아이러니 하다.

 

공포도 아니고 범죄물도 아니고 어떤 것이라고 특정짓기에는 애매한 스토리. 그러나 책을 덮은 후에는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색해본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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