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뉴욕의 맛
제시카 톰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뉴욕은 한번도 가 본적이 없지만, 미국작가들이 쓴 소설에서 뉴욕을 접할 때면 한국의 분위기와 비슷함이 느껴진다. 각박하고 냉정하며 언제나 바쁜 도시. 한국은 땅이 좁아서 서울을 위시한 도시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미국은 지리적으로 워낙 넓고 서부와 동부의 문화적 차이 및 각 주마다의 차이 또한 커서 뉴욕만의 분위기가 늘 미국인들에게는 어쩌면 동경의 대상이 되는 듯도 하다. 동부 출신이 아닌 미국인들이 뉴욕과 비슷한 분위기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생활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제목에 '뉴욕'이 나와있고, 표지의 느낌을 종합해보면 왠지 로맨틱 소설일 것 같다는 나만의 착각.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고 레스토랑에서 여러 음식을 맛보며 맛에 대한 리뷰를 쓰는 소녀 티아. 뉴욕 출신이 아닌 그녀가 대학원 입학을 위해 뉴욕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우연히 만난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 마이클 잘츠. 그녀는 그의 꾐에 넘어가서 레스토랑 리뷰의 대필을 하게 된다. 역시 세상에 있는 듯 하지만 없는 게 바로 비밀인 걸까. 티아의 비밀이 점점 그녀의 삶을 망가뜨리게 된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흡인력 있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갖가지 음식에 대한 소개와 묘사가 흥미로웠다. 그러나 내가 가장 공감하면서도 빠져들었던 건 바로 티아에 대한 심리 묘사이다. 티아가 처음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 모습과 심리가 내가 오롯이 느껴본 적이 있는 심리였던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사실 비슷할 수 밖에 없지만, 그 어떤 장면보다도 그녀가 처음 사랑에 빠지고 점점 더 빠지게 되는 그 순간들 말이다. 그러나 그 감정이 순수한 사랑이기 보다는 그저 외모와 껍데기에 끌리게 되는 씁쓸하지만 멈출 수 없는 유혹이라는 게 포인트이다. 그리고 그 후 겪게 된 배신감 역시 내가 겪고 느꼈던 경험을 마치 다시 책으로 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의 애매한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고, 내용도 사실 유치하다. 그저 말랑말랑한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랄까. 책을 덮고 난 후, 또 한 번 나 스스로 확신한 것은 뉴욕은 굳이 가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도시라는 점이다. 아주 비슷한 환경 속에서 도시 라이프를 혐오하고 도시 라이프를 지향하는 뉴요커의 삶에 관심 없는 내가 줄곧 버티며 충분히 오랫동안 살아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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