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여자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유리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기묘한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레인다. 역자가 언급한 '환상특급' 외화시리즈는 내가 태어날 무렵에 방송했던터라 본 기억이 날리 만무하지만, 어렸을 적에 보았던 <이야기속으로>나 <서프라이즈>같은 요즘도 tv에서 종종 해주는 기묘한 이야기 프로그램은 언제 보아도 재미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보는 분야는 바로 미스테리한 이야기일텐데, 이 책에서의 열일곱개의 이야기 중 흥미진진할 정도로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없는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부잣집의 장남으로 자라온 주인공은 도통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방구석에 앉아 종일 책이나 읽고, 돈 벌 생각은 않지만 동생이 착실히 일하는 덕에 그는 바닷가에 집을 짓고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줄 여성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낸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의 여성이 찾아와 그에게 기묘한 이야기를 해 주어서, 이 열일곱편의 단편이 열 일곱명의 여자가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로 엮인 것이다.

<걸을 수 있는 낙타>, <어둠의 통조림> 과 같이 재미나면서도 다소 미스테리하고도 섬뜩한 기묘한 이야기가 있는 반면, <선물>과 같은 애틋하면서도 기묘한 이야기도 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도 많았다.  <바다 위의 보사노바>처럼 감동은 있지만 전혀 기묘함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도 그만큼 많았다.

열일곱개의 많은 이야기들이 언젠가는 머릿속에서 잊혀져가겠지만, 오랜만에 느껴보았던 동화적인 감성은 오랫동안 내 마음을 적셔 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바닷가에 조그마한 집을 지어놓고 기묘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 주인공을 상상하니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낭만적이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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