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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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선을 보았다. 내가 살다보니 이런것도 다 보는구나 싶은 아주 떨떠름하고 더러운 기분으로 나보다 무려 9살이나 많은 아저씨를 만났다. 직업은 지방 중소병원의 신경외과 의사. 얼마나 잘나셨길래 42살이나 쳐먹도록 결혼을 못한건지, 나름 호기심 반과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마음 반으로 나갔다. 누군가를 새로 만났을 때의 그 긴장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뭐라도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아주 피곤하게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이 되었을 때 엄마에게 그 아저씨를 소개해 준 결혼정보회사에서 하는 말이 '말을 잘 통한다. 사진을 봤을 때는 아주 단아해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살이 좀 쪘더라.' 라는 얼평. 상당히 어이가 없었다. 그 아저씨가 공부는 열심히 했는지 몰라도 눈치가 없어서인지 뒤로는 그렇게 신랄한 평을 해놓고 또 나에게 전화를 했다. 화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나는 그 아저씨에게 '외모 많이 보시나봐요. 외모가 본인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던데'라고 솔직히 말했고 그 아저씨 당황하여 얼버무리다가 서로 그렇게 마지막을 고하였다는 이야기.

 

선을 몇 번 보고 느낀건데 특히 결혼시장에서 여자는 철저히 약자였다. 대놓고 몸매와 얼굴에 대한 평가를 당해야 했으며, 삼십대 중반이 되면 나이 하나만으로도 이미 퇴물 취급을 당한다. 남자는 다르다. 위에서 언급했듯 능력만 좋으면 사십이 훨씬 넘어도 등급이 높다. 이 현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씁쓸함과 분노를 숨길 수 없었다.

 

<현남오빠에게>의 여러 단편들 중 가장 처음 나오는 작품인 <현남오빠에게>에서 나는 결코 이 이야기가 그저 소설 속의 허구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저 여자는 순종적이고 남자의 사이드 역할을 해 주는 존재. 결혼을 하면 삼시세끼 맛있게 해주며 성욕의 대상이 되는 존재. 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경제적인 압박을 따진다면 물론 결혼한 남자도 불쌍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점은 차치하고 개인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 사회는 어쩌면 여성보다는 남성 위주로 나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부장은 죄다 남자들이다. 여자가 있다면 아마도 그 여자는 기가 세고 보통이 넘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강할 것이다. 아직도 한국은 이 부분에서는 너무나도 멀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내조를 잘 하고 아이들의 양육을 잘 해야 하며 시부모님을 잘 모시면 된다는 사고방식. 옳고 그른 것은 없지만, 그런 여자들이 남성과의 평등한 역할에서 조금이라도 더 손해를 보면서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조선시대때의 여성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일까. 어쩌면 이런 여성이 여성의 여권 신장을 방해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답답하다. 이 사회의 현 세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씩 여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바뀌는 것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되겠지만, 이미 나의 페미니스트적인 사고는 서구 선진국의 수준에 있기 때문에 성에 차지 않는다. 이 작품이 나의 답답함을 더욱 부채질한 더없이 훌륭하고도 좋은 역할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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