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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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했던 회사동료가 있었는데 허구헌날 지금의 현실이 가상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으로 말도 안되는 말을 떠들어댔었다. 나는 그럴때마다 '대리님이 일이 너무 많아서 드디어 미쳐가는군요!'라고 받아쳤었다. 따분하고 재미없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 현실을 그저 가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 그저 안쓰럽게 느껴질뿐.

 

분한 일이 있거나 걱정거리가 많거나 살고 싶지 않을 정도의 우울함이 닥쳐도 잠을 잔 후 깨면 그대로 이어진다. 현실로 돌아온다. 엿같은 현실로 말이다. 이 엿같은 현실 속에서 그나마 소소하게 행복을 쫓으며 시간을 꾸역꾸역 보내다보면 개똥밭이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을 씨부리며 좀 더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때가 오겠지.

 

이 책 한 권으로 지인의 가상현실 어쩌고 해대던 말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리고 이 기묘한 이야기를 접하고나니 아주 어쩌면 정말 가상은 있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현재의 나는 여기에 존재해있지만, 또 다른 내가 있지는 않을까? 내가 잠자고 있을 때 또 다른 내가 깨어나는 건 아닐까? 그때 또 다른 세상이 있는것은 아닐까? 어이없는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저 소름끼치고 유치하다고만 치부하기보다는 아주 재미난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떨까라는 망상이 자꾸 떠오른다.

 

이 작품은 10년 전 한 축제에 영어학원 친구들과 참석하게 된 내가 그 중 한 여자 동료를 잃은 일로부터 시작된다.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그녀에 대해 이따금 생각하며 보낸 세월이 10년. 그녀를 제외하고 당시 축제에 참석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서 어떤 화랑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에 대해 서로의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그 후, 나는 이내 행방불명되었던 친구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희한하고도 비현실적인 현실을 말이다.

 

책장을 넘기며 도대체 이 작품에서는 독자에게 무엇을 던져주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스토리가 쳐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로 변모한다. 그리고 덮은 후에는 더욱 작품의 깊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영화에서 흔히 다룰 수 있는 소재를 처음으로 책으로 접해 본 느낌이다. 대단한 필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잘 살려낼 수 없는 소재임은 확실하다. 사실 이 작품이 끝까지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들만큼의 필력도 아니고 기묘함을 글로써 뚜렷이 보여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름 나쁘지 않게 집필했다고는 생각한다.

 

요컨대 책의 마지막에 언급한 <인터스텔라>를 흡사하게 그렸다고 보면 된다. 즉, 좀 더 참신함이 돋보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느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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