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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란 원래부터가 고독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좀처럼 그렇게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세상에서 나만 고독하다고 느껴질 때, 나를 제외한 모두가 즐거워보일 때. 그래서 난 '바이올렛'의 주인공인 오산이라는 캐릭터에 끌렸고, 실제로 이렇게 고독한 사람을 보면 그 누구든 끌어안고 싶어진다. 보듬어주고 싶다. '외로움'을 너무나도 싫어하는 나이지만, 사람들 속에 있어도 그 외로움을 쉽게 느끼기에 그 고통 아닌 고통이 어떤지를 알고 있어서 난 타인이 그런 외로움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견딜 수가 없어진다. 그 누구든 그런 사람이 보이면 다가가서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어진다.
항상 인간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고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소통하고자 하지만 마음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있어서 '소통'보다 중요한 것은 아마도 많을 것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관계'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 자기에게 주어졌을 때 그들에게 '소통'은 한갓 여유로운 이들의 말장난에 불과한 듯 보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인간인 이상 그들도 '소통'을 애타게 원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척 해도 '인간'이니까. 어느 틈에서 뜻하지 않은 '고독'을 느끼고 '소통'의 욕구를 느낄테지.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서로에 대해 잘 알기도 전에 벽을 만들고 선을 긋는다. 온갓 세상의 풍파에 견디며 살다보니 모든 사람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나름의 깨달음 때문에.
그럼에도 난 사람을 사랑하고, 소통에의 욕구를 지울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이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고, 내 마음에 상처를 주고 나를 얕보고 속이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그럼에도 말이다.
신경숙은 작가후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깊은 밤중에 읽는 몇 줄의 아름다운 문장에 마음이 흔들리듯이 누군가 내 소설 속의 하찮은 존재로 인해 이 고독한 현실 속의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되고 바스러진 과거를 껴안게 되고 타인에게 한 발짝 다가가고 싶은 충동으로 마음이 흔들린다면 작가로서 그보다 소망스러운 일은 없겠다.' 라고 하였다. 그녀의 책을 읽고 그녀가 의도하던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인 한 독자인 나를 보고 다행스러움을 느낄까?
우리 모두 고독을 느끼고 소통을 원하지만, 왜 소통의 벽은 가로막혀 있으며 진실된 소통은 힘들까. 씁쓸함을 간직하며 사라져버린 산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라는 궁금함을 간직한채로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