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다닐 만하니? - 2천 만 직장살이들을 위한 원기 보양 바이블
페이샤오마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20대에 남들 회사 다닐 때 대부분의 시간을 놀았다. 대학 다닐 때도 책만 읽고 아무 짝에 쓸모도 없어진 인간관계나 구축했지 전혀 취업활동은 하지도 않았다. 사실 나는 내가 회사원으로 살아가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전문직을 갖기 위해서 고군분투했었다. 결국 잘 안 되어서 이 지경이 되었지만....

 

대학을 남들보다 늦게 졸업한 후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 나의 첫 직장생활이다. 꽤 유명한 회사인데 그때 수많은 더러움을 목격했다. 한국에서 외국계라고 무조건 좋은 회사는 아니며, 정직원이 되게 해 준다는 사탕발림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을 현혹하고 나중에는 버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여자가 회사에 많으면 여자 특유의 나불거림과 이간질,  뒷담화로 인해 사내 분위기가 메말라갈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 곳을 과감히 박차고 나온 후 작은 회사에 입사한다. 가족경영을 옆에서 보게된다. 꼰대들의 중소기업 특유의 아부로 살아남기를 목격한다. 그런 성격이 아닌터라 그 비합리적인 것에 울분을 참지 못하다가 그냥 나와버린다. 그 후 지금 이 회사 일년 반 전에 입사한다. 일년이 십년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티고 있다. 왜 내 인생은 이토록 버티는 인생이 되어버린걸까...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죄인가, 한국에서 태어난 죄인가.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나만 이렇게 힘들게 버티고 있는 걸까. 하긴 여섯 시만 되면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칼퇴가 보장된터라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데, 그조차도 안 되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 누구보다도 나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비해 혼자만의 시간 또한 꼭 있어야 하는 나는 누군가를 위한 노동으로 내 하루를 온전히 쓰고 싶지 않다. 물론 누구도 그러고 싶지는 않겠지. 회사원으로 살아간다는건 아주 많은 생각이 들지만 그 생각을 꾹 누른채로 살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 책은 뭐라고 평해야 좋을까. 직장인들에게 마치 위로가 될 만한 책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저 쓰레기에 가까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러스트가 볼만한 아주 아주 가벼운.. 내용이라고는 별로 없는 책이다. 실제로 대만을 두 번 가 보고 느낀 것이지만 대만의 여러 문화와 환경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대만 사람인데, 그가 보고 느낀 직장생활은 우리랑 거의 흡사하다. 말하자면 아시아 대륙의 문화가 (싱가포르는 잘 모르겠지만) 내 직장생활과 그닥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서 호주에서 일을 한 후 대만에서 느꼈던 스트레스가 기억이 안 날 정도라고 하니... 이것은 대륙의 문화차이인 것인가.

 

어제도 버티고 오늘도 버티고 내일도 버틸 것이고.... 그럼에도 나는 이 조차도 행복한 삶이라고 스스로 세뇌하면서 살고 있다. 그나마 나는 젊고 건강하지 않나. 또 사실 회사를 박차고 나와도 경제적으로 문제 없는 집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내게 회사는 생계형이라기 보다는 엄마의 잔소리 방어대책이자 여행 다니고 쇼핑하기 위한 머니 벌이(?)에 가깝다.

 

어쨌든 한 가닥의 기대를 안고 펼쳤으나, 조소를 머금고 빈약한 내용의 이 책을 읽는다면 사실 저녁시간조차 소중한 직장인에게는 오히려 폐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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