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살다보면 의도치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더 큰 죄를 짓게 되기도 한다.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세상을 살아 간다는 것이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치는게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젊은 나 역시 어렸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잘못을 하고 상처를 많이 주었었다. 물론 내가 받은 것 또한 그만큼이지만 말이다. (남들보다 학창시절에 더욱 이런 과정을 많이 겪었음을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만큼 큰 잘못을 한 적은 없다. 그저 자아가 완성되고 사회화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씨앗이 새싹으로 움트는 것과 같은 인간사의 과정 정도였을 뿐...

 

<속죄>에서는 이런 가벼운 죄가 아닌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의 큰 죄를 그려낸다. 어른이 되기 전, 누군가의 입장을 제대로 생각해볼 능력이 없는 어린 나이의 한 여자 아이가 저지른 죄. 이 아이는 언니가 좋아하는 남자가 사촌동생을 강간했다고 믿고 증언하게 된다. 무고한 그 청년은 억을하게 형을 살게 된 후 바로 전쟁에 참여한다. 의대생으로서 졸업하면 의사로 살아갈 수 있었던 그의 일생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남자친구의 인생과 함께 언니 역시 가족과 인연을 끊는다. 여자 아이는 뒤늦게서야 잘못을 깨닫고 속죄한다.

 

인간 군상을 이렇게 유려하게 담아낼 수 있다니... 읽는 내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심리의 묘사가 마치 나 자신을 그려놓는 것 같아서 놀라웠다. 어렸을 적부터 생각이 많고 내성적인 나는 늘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외로움에 사무칠 때는 더욱 그랬다. 그 때의 나 자신을 이 책을 통해서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진정한 문학은 바로 이런 작품이 아닐까.

 

인간 심리의 묘사가 놀라웠던 만큼 세상만사를 그려내는 스토리 또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나이에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라는 질문을 늘 스스로에게 한다. 선하게 사는 것이 꼭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걸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보고 느낀다. 바로 이 책에서 그런 삶을 보여주고 있다. 상처주고 짓밟고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었지만 화려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인물을 표현함으로써 결국 어떻게 살아야 맞는걸까라는 질문을 계속 수면위에 떠오르게 해준다. 그럼에도 결국 잘못한 사람을 뒤늦게나마 응징하는 결말은 선하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에 가까움을 의미하는 듯 하다.

 

놀라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경이로웠다. 심리 묘사가 이처럼 탁월한 작품은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덮은 후 세상과 인간 그리고 나에 대해서 물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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