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 2 고독한 미식가 2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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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왜 작품 속 이 남자는 늘 혼자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밥을 먹는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정말 재미있는건 1편에서도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고, 이번 편에서도 또한 그에 대한 마땅한 이유들이 안 나와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 주인공에 대해서 소개가 전혀 안 나와있다. 그저 한 때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으나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한 정도... 말하자면 그저 일만 하는 노총각의 미식 라이프이다. 

 

이제 나도 노처녀의 반열에 올라가고 있는 듯 한데, 부모님의 성화에 하루하루가 피곤하다.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결혼에 대한 환상 따위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때려부수는 부부싸움과 시댁과의 갈등을 30년간 적나라하게 보고 자란 탓에 일단 결혼이라는 것은 즉 지옥임을 간접체험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혼자 늙어가기에는 바로 이런 고독한 미식가의 삶처럼 외롭게 살게 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럽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결혼을 안 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자의 경우는 더 심하다. 어디가 모자라서 결혼을 못하는 이미지는 물론이고, 40대가 넘어가는 싱글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또한 그 눈총을 견디며 유리천장을 뚫고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그 때 결혼한다는 것은 많은 걸 포기하고 하거나 아예 독한 마음으로 여생을 혼자 살아가거나 둘 중 하나다. 내 생각엔 둘 다 장밋빛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요즘의 내 상황에 이 고독한 주인공에 감정이 이입되다보니 너무 결혼 이야기로 빠져버린 것 같다. 내가 <고독한 미식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독특함 때문이다. 작품이 주인공 만큼이나 담백하다. 담담하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는다. 맛있는 식당은 맛있게 표현하고 그렇지 못한 곳도 그저 꾸밈없이 그대로를 표현해준다. 기승전결이 없다. 한국에서는 곧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든다는데, 이렇게 스토리가 없는 원작이 어떻게 드라마로 만들어질까? 다큐멘터리가 차라리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정도이다.

 

음식 만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특정한 음식에 대한 소재를 다룬 것도 아니고 음식을 만들고 대회에 참여하는 내용도 아닌 그저 여러 식당을 가보는 내용의 이 작품은 2편을 읽고 나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음식에 대한 사진이 아닌 그림마으로 이렇게 군침이 돌 수 있을까....  디테일한 묘사가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로 놀랍다.

 

어쩌면 주인공이 고독하기에 작품이 더 잘 표현될 수 있는건 아닐까..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욕구를 채우는 행위인데, 여럿이 이 욕구를 함께 채운다는 것은 재미있고 외롭지 않을 수 있지만, 맛을 오롯이 느끼고 자유롭게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고독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에서 혼밥하는 사람들이 고독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임을 어필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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