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폐허 위에 서 있다.
그렇게 거대한 것인 줄
첨엔 몰랐다.
지나간 자리에 나는 지금 폐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알 수가 없다.
걷고 또 걷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폐허는 수렁이다.
1밀리도 채워지지 않는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겨우 잠들면
다음날은 또 폐허다.
그저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격렬한 전투는
전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숨죽였다.
그래도 폐허다.
시간은 가져갈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가져갈 것이다.
왜 이리 더딘걸까,
초침이 심장을 타고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