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을 수 있어? 

아니오. 

절반만 가져가. 

반도 다 먹는데 오래 걸려요. 

(둘이 사는 걸 아는 할아버지는) 그지. 

나머지는 두면 누가 사가겠지. (할머니가 겉잎을 떼고 양배추 한 통을 할아버지에게 건넨다.) 

(할아버지가 칼로 자르는데 잘 안된다.) 제가 할까요? 

(수술하신 지 얼마 안 된 걸 알기 때문에 혹시 힘이 딸리시는 건가 싶어 

내가 이런 말을 한거다.) 

(남자가 그럴 수야 없지 표정으로) 아니여. 

(자르는 걸 마무리 지으신다.)  

(할머니가) 작은 놈이 낫지? 하신다. 

네. 하고 천원을 할아버지에게 건넨다. 

삼백원을 거슬러받았다. 

천 오백원 짜리 양배추 한 통을 잘라서 작은 쪽으로 구입하니 칠백원이다. 

언제나 할아버지의 셈은 정확하다. 

 

할머니가 그 사이 검정 비닐봉투를 꺼내시길래 

그냥 가져갈께요, 했다. 

어떻게 그냥 가져가?  

(작은 목소리로) 가까우니까..  

봉투에 반 통을 담아주신다. 

수고하세요, 하고 나오는데 

할머니도 따라나서 (아마 근처 집에 가시나보다)  

조심해서 들어가요, 하신다. 

  

아직 초저녁인데.. 

생각해보니 할아버지 할머니는 조심하라는 얘기를 자주하신다. 

할아버지 못지 않게 무뚝뚝한 할머니가 

이제는 내가 가면

적극적으로 반응해주신다. 

황송할 따름이다. 

진짜 이웃사촌이 생긴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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