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기 1.

세번째 보고나서,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또 보라고 하셨다..

안하던 전화를 해서는,

엄마가 댄 세번과는 다르다고,

내가 아는 사람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했다,

차마 전화에 대고 안본다는 말을 못했다.

 

아빠가 무섭기도 했고,

아빠가 처음으로 그렇게 말하는거라 듣기만 했다..

끊고 나서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아빠한테 문자를 보냈다,

제 전화번호 알려주지 마세요, 안 볼거에요,

뭐 이런 내용으로 보냈다..

아버지한테서 문자는 오지 않았다,

엄마하고 통화하면서 더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세번이면 충분하다고..

 

며칠 뒤..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받지 않았다,

한두 시간 간격으로 세번 전화를 씹었다,

아빠하고 실랑이,

자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뻔한 얘기로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날 내가 전화했을때,

아버지는

문자 하나 띡 보내고,

전화는 받지도 않고,

어떻게 아빠 전화를 안받을 수가 있느냐며,

니가 내 딸 맞냐고

너하고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봐야겠다고 하셨다,

아주아주 불쾌한 아버지의 심정을 듣기만 했다,

젊은 시절에는 욕하고 걷어차고 대단했었는데,

다행히

내가 충격받을 만한 표현은 없었다.

적절한 언어로

신사적으로 말씀하셨다..

아버지도 나이를 먹는구나..

 

그렇게

그렇게

또 봤다,

착하게 보였지만,

한번 보면 그만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또 연락이 왔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문자가 왔다,

연락처 받았다면서..

누구를 만나기도 전에

내 마음은 이미 기울어있다.

 

빼기 2.

이 사람은

금요일에 문자를 보내서,

내일 보자고 한다..

빨리 해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다음주에 보자고 했을 것이다..

그러자고 했다..

토요일 오후 2시로 약속을 잡았다.

 

빼기 3.

약속 장소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걸어서 20분 정도(?)..

1시 20분,

집에서 나와 막 걷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좀 천천히 나오시라고,

30분쯤 늦추자고..

이미 나와버렸으면 어떡하라고

이런 문자를 보내는걸까, 확 짜증이 났지만,

알겠습니다, 2시 30분까지 가겠습니다, 답문을 보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빼기 4.

처서가 지났지만,

한낮은 푹푹 찐다..

카페에 들어가서

시원한데서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다,

2시 20분쯤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이 사람은 몇 시에 올까,

정각에 올까,

늦을까,

입구가 넘 잘보이는 자리에서,

주시하지 않는 척 하며,

메뉴를 살폈다..

원두커피 전문점답게

커피 종류가 다양하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마셔봐야겠다,

가격이 넘 비싸다,

노말한 킬리만자로를 마실까,

이러는 사이

30분이 지났다,

이 사람은

2시 35분이 지나서 나타났다..

그리고

오전에 일을 보느라고 늦어졌다고 했다..

 

이 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성의 없는 태도..

이때부터

난 쿨하지 못했다.

세련되지 못했다.

도시스럽지 못했다.

환하게 웃으면서,

좀 늦으셨네요, 막혔나봐요 내지는

장소를 다른 곳으로 잡을 걸 그랬나봐요, 오시기 편한 곳으로..

이랬어야 했는데,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완벽하게 감추었어야 했는데,

나를 위한 연극이 필요했는데..

 

 

결론 ▶

최악의 상황으로

끝났다,

제가 마음에 안 드세요, 하길래

저는 마음에 드세요? 받아쳤다..

상대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만난지 40분도 안돼서

일어서기로 합의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