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밀, 햇볕양/비밀의 햇볕, 비밀의 볕/Secret Sunshine



 
사실 밀양은 볼 생각이 없었다..

이창동 감독 영화가 갖는 무게감때문이었을까.

(주인공이 죽는 씬이 충격적이었던 초록물고기, 설경구를 알게한 박하사탕..

둘다 재밌게 봤지만 심각한 건 사실이니까, 왜 제목이 밀양일까 궁금하긴 했어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신문에서 극찬하는 바람에,

룸메이트가 보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말도 안하고 혼자 봤다..

 

신문에 영화평론가가 밀양에 대한 대표적 오해들의 리스트를 늘어놓았는데,

1. 전도연의 영화다 2. 코믹 멜로 영화다 3. 유괴 범죄 고발용 영화다 4. 기독교 찬양 또는 비방용 영화다

5. 한 여인의 기구한 팔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6. 전도연은 울리기 위한, 송강호는 웃기기 위한 포석이다

7. 다시 말해 '카센터 김사장(송강호)'캐릭터는 흥행을 위한 양념이다

이중에서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가장 동의할 수 없는 것은 1번이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이 영화는 전도연의 영화라는 거였다..

해피엔드나 너는내운명에서 연기가 훌륭했어도 전도연을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연기에

빨려들어서 영화가 끝났을 때는 그녀가 예뻐보였다.. 물론 몇 시간짜리 생각이지만..

영화배우에게는 그런 포스가 있어야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평상시 생각을 접도록 만드는.. 

깐느에서 수상소식이 들려오기 전에 이 영화를 봤는데,

혼자서 상을 받게 된다면 어떤 상이 어울릴까 하다가,

황금종려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중에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은 제외했다..

송강호의 캐릭터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그 두 부분은 아닐 것 같았다..

남는 건 여우주연상인데, 설마 받을 수 있을까 했는데,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

 

6번,7번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본다.. 전도연을 보면서 통곡하게 되고, 듬직한 송강호를 보면서는 미소짓고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이청준의 원작 '벌레이야기'에는 없다는 카센터 김사장 캐릭터는 흥행을 위한 양념까지는 아니더라도 무거운 내용의 영화를 좀 가볍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중국요리집 주방에 들어가서 요리사 옆에 붙어 고추인가를 난도질(기분이 좋아서 요리사 흉내내며 박자맞추는게 써는 것은 아니다)하는 송강호를 보며 요리사가 이렇게 대사한다..

버려라, 빨리 버려라(이것은 망가진 고추를 버려라 동시에 너랑 안 어울리는 전도연을 버려라, 즉 마음에서 걷어내라), 니한테 멜로는 안어울린다, 니는 코믹이다..

(이때 송강호의 기막힌 대사) 코믹 멜로도 있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고 절대로 코믹 멜로는 아니지..

 

전도연의 아이 준이가 유괴 당해 사체로 돌아오지만, 여주인공의 상처(어머니가 아이를 그것도 유괴로 잃게 되는 것을 그냥 상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근데 어떤 단어를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 괴로움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와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관한 영화인데, 유괴와 아이의 죽음은 소재다..

 

글쎄 열렬한 개신교 신자라면 기분이 나쁠까?

내가 보기엔 절대로 개신교 비방용 영화는 아닌데..

개신교의 아이러니는 주변에서 너무 흔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가장 잘 이해하게 하기 위해서 그것을 가져온 것 뿐인데..

평소에 가끔은 룸메이트와 개신교도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 얘기하곤 했었는데(하나님을 믿어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 같은거),

늘 궁금했었던 이해할 수 없는 개신교도들의 말과 행동 알파와 오메가가 이 영화속에 있다..

 

그리고 한 여인의 기구한 팔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고통을 이겨나가는 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부터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울게 하는 영화는 없었다..

어린 시절 미워도 다시한번이나 저하늘에도 슬픔이 같은 최루성 영화를 보면서

울었던 것처럼 눈물이 밀려나오게 하는 영화는 없었다..

그런데 전도연이 (길건너 '상처 받은 영혼을 위한 기도회'라는 프랑을 보면서)구역질 하는 장면에서부터 나도 감정이 복받쳐 엉엉 울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우는게 아니었다, 다들 울고 있었다..

상처 받은 영혼이 뭔지나 알고,

상처 받은 영혼이 어떤 심정일 건지나 알고 그러는걸까?

흡사 어느 지하철역에서 보았던 문구가 떠오른다..

왜 걱정하세요? 기도할 수 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야외에 자리를 깔고,

장로는 위에서 섹스를 시도하고 있고,

아래 누운 전도연은 하늘을 보며) "보여? 잘 보이냐구?" , 였다..

소리가 난다기보다 입모양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인데,

전도연은 하늘을(신을) 엿먹이고 싶었던거다..

뭘보라는 거냐면, 이렇게 쉽게 엿먹일 수 있는거 그거 보이냐고가 아니었을까?

 

인상적인 노래도 있다..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나는 이 노래가 흐르던 장면이 클라이막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도연이 송강호를 향해 부르는 나미의 빙글빙글..

 

거짓말이야는,

김추자의 목소리,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이렇게 시작하는 도입부 등등

독특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전도연은 미용실에서 뛰쳐나와 집으로 와서, 가위를 들고 (자르다만)머리를 자르고,

(이것은 이제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언제나 전도연에게 친절한 강호씨는 동그란 거울을 들고 옆에 서있다.

마지막 씬은 전도연집 마당의 흙을 보여준다.

마당 전체가 흙이 아니고, 대부분은 시멘트로 발라져 있고, 흙이 있는 부분은 조금이다.

전도연이 자른 머리가 바람에 날려 시멘트 바닥을 거쳐 흙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렇게 흙 바닥을 한참 보여주다가 영화가 끝난다..



결국 우리가 기대고 의지해야 할 대상은,

하늘이 아니라 땅이다,
신이나 절대자가 아니라 발딛고 서 있는 곳에서의 이웃이고 사람이다..

그들이 설령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인간을 위로하고 구원하는 것은 인간이다.

 

전도연 - 피아노 학원 원장 이신애

송강호 - 카센터 사장 김종찬

 별은 네개..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그렇게도 잊었나 세월따라 잊었나

웃음속에 만나고 눈물속에 헤어져

다시 사랑않으리 그대 잊으리

그대 나를 만나고 나를 버렸지

나를 버렸지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눈치만 보고 있지

늘 속삭이면서도 사랑한다는 그 말을 못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속만 태우고 있지

늘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우리 두 사람

그리워지는 길목에 서서 마음만 흠뻑 젖어가네

 

어떻게 하나 우리 만남은 빙글빙글 돌고

여울져가는 저 세월 속에 좋아하는 우리 사이 멀어질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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