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years

임권택 감독님의 100번째 영화, 그것 만으로 걍 이 영화가 궁금했다..

대한민국 최고 감독이라고는 말 할수 없지만, 역량있는 감독의 100번째 영화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투자자 문제, 주연 배우 문제..

안타까웠다..

감독님 모습이 표지인 씨네21을 샀다.. 천년학 특별호라 부를 만하다.. 수페이지에 걸쳐 천년학과 감독님 관련 기사가 있다.. 일부러 읽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내용을 좀이라도 알고 영화를 보면 몰입이 잘 안된다..

그래서 진짜 보고 싶은 영화는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소개할 때 채널을 돌린다.. 

 

개봉날, 조조로 보러갔다..

우선 950원 주고 프렌치카페 카라멜마키아또를 샀다(별다방 커피 부럽지 않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란..)

아침에 집중하려면 커피는 필수다..

조조 할인 가격은 4000원, 근데 캐쉬백포인트까지 적용해서 2000원이 더 할인됐다..

그래서 관람가격은 2000원.. 역시 시간 있고 돈 없을 땐 조조다..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천년학 - 12세 이상가'가 눈에 띈다..

임감독님 영화치고는 의외다..

 

조조임에도 20명 남짓이 함께 영화를 보았다..

태권V는 세명이서 봤는데..

 

첫 장면부터 내가 좋아하는 남도의 모습이 펼쳐진다.. 남도의 논과밭은 그것만으로 하나의 그림이 된다..  남도의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논과밭이 펼쳐져도 왠지 편안하고, 왠지 따뜻하다.. 지금 내가 대도시에 살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서편제에서 문제가 되었던,

아버지가 딸 눈을 멀게 한다는 설정,

(소리하는 딸에게 한을 심어주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일본식이라고 해서,

왜 우리 판소리 영화에 그런 장면을 넣었는지 비난받았었다..

감독님도 그 부분이 껄쩍지근했나보다..

세가지 가설이 나온다..

아버지 유봉의 주장은, 송화가 손발이 차고 혈액순환도 잘 안되는 것 같아 한약을 달여 먹였는데 그게 잘못되어 뜻하지않게 그렇게 됐다는 것..

동호(조재현)의 주장은, 유봉의 흑심(어린 송화를 데려다 키워 자기 각시 삼으려는)때문에 송화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 이건 내가 생각해도 지나친 주장이다.. 동호는 눈먼 딸을 각시 삼는 게 쉬울테니까 그랬을거라고 생각하나본데, 유봉이 그렇게까지 나쁜 인간은 아니다..

또 한가지는 뭐였더라.. (영화를 보고 바로 써야 하는데, 게을러서 그러지를 못하니까, 생각이 가물가물하다..) 그래, 이미 있던 것, 서편제에서 논란이 되었던, 소리 잘 하게 하려고 그렇게 만들었다일거다..

무엇이 진실일까..

 

서편제보다 천년학에서 판소리가 더 강조된 듯 보인다..

판소리가 나올 때마다 자막으로 가사를 보여주니 알아듣기에 편했다..

천년학의 영화음악은 양방언이 작곡한 음악이라기보다는

끊임없는 소리, 판소리 그 자체였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천년학은,

판소리 영화가 아니라,

수십년에 걸친(그 수십년동안 몇번 제대로 만나지도 못한다) 

남녀의(남매로 살았지만 혈연남매는 아니다, 그래서 이어질 수도 있는거 아닌가 하면, 함께 살아 누나 동생하던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사랑이야기다..

그들의 그 엄청난 사랑은,

사랑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이다..

그 은근하고 절대적인 사랑이 눈물겹다.. 

 

누나가 고향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데,

조재현이 찾아간다..

고향에 왔어도 눈먼 상태라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사는데,

조재현이 오름을 구경시켜준다..

바람부는 오름에 서서 말로 풍경을 설명하다가,

누나를 안아서 올려주고, 안아서 내려주고 하는 장면에서,

어떻게 보면 별 장면이 아닌데,

그들의 사랑이 느껴져서,

동호의 사랑이 느껴져서,

그들의 사랑이 서글퍼서 눈물이 났다..

천년학에서 젤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눈먼 누나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온갖 배려를 한 한옥에 대해,

굳이 조재현의 입을 통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그리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설명을 줄이던지, 은근히 그의 배려가 드러나게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마지막에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한 장면도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서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그렇게 물이 차오르게 하지 말고,

예전의 모습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소박함이 오히려 찬란함으로 느껴지는 남도만의 아름다움을 언제 또

우리가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을까..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잘 보여주는 영화를 가까운 시일내에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래서 별은 다섯개다.. 그라씨아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9만이 보고, 상영 스크린 수가 줄어들더니,

결국 13만이 보고 막을 내렸다..

룸메이트가 흥행이 될 것 같냐고 물었을 때,

이 영화야말로 천만이 봐야 할 영화다, 천만은 어려워도 500만은 보지 않겠나,

말도 안되는 나만의 추측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90만도 100만도 아니고 겨우 13만이라니..

1편이라고 볼 수 있는 서편제는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100만을 넘긴 작품이 아니었던가..

천년학이 더 좋은데..

스파이더맨3는 하루에 50만이 관람했다.. 그게 현실이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화이팅!

물량공세! 공격적인 마케팅! 돈 심은데, 돈 난다!

 

 

조재현을 좋아하지 않는데,(원래는 동호역할에 김명민이 캐스팅되었는데, 영화제작이 늦어지는 바람에 조재현으로 바뀌었다) 연기는 잘 한다.. 동호역에 김명민보다 조재현이 더 나은 것 같다.. 오정해도 서편제와 비교해서 많이 늙긴 했어도 너무 잘 어울린다(서편제가 나온지 10년도 지났으니 그럴수밖에)

영화가 너무 좋아서 극장을 나서서 바로 서점에 갔다..

이청준의 원작 소설을 보고 싶어서..

천년학이라는 제목의 책에 세개의 단편이 있는데, 마지막 선학동 나그네가 천년학의 원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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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2007-06-25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아보니,
한국 영화 최초 단일관 1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운 게 서편제의 이력이다..

미겔 2008-08-3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비디오 테입을 2천원인가 3천원인가 주고 샀다.
동네 괜찮은 비디오 가게가 폐업하면서
출시된 지 얼마 안되고 사람들이 별로 빌려보지도 않아서
거의 새거나 다름없었던 천년학을 그 가격에 팔았다.
나는 횡재했지만,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