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있는 온갖 꽃과 나무에 눈길이 간다..
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봄을 타는 편이라 봄이 오는게 싫었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꽃이 예쁘고, 나무가 다르게 보인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고,
목련은 하이얀 아름다움으로 한밤의 운치를 만들었다 지고,
(개인적으로 목련은 그 큰 꽃잎이 우두둑 떨어진 자리가 영 볼썽사나워서 집에 두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라일락이다..
이영훈의 '라일락 꽃향기 맡으며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하는 노래가 생각난다..
남자가 어쩜 그렇게 섬세하고 감수성이 예민한지..
라일락 꽃향기는 동네에 은은한 향수를 뿌려 놓은 것 같다..
그걸 무슨 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다홍색?
분홍보다 붉고 그렇다고 붉은 색은 아니고,
엄마들이 흔히 봄에 쓰는 루즈 색깔같다고 해야 할까?
화장을 도통 안하시는 우리 엄마도 그 루즈 하나만으로 생기가 돌아보이곤 했는데..
올봄에 그 색이 넘 좋아졌다..
진달래인지 철쭉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데,
그 색깔로 피어서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심지어 늘상 때되면 피어나던 개나리도
선명한 노란 색이 눈에 들어온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의 모자색으로 어울릴 것 같은 노란 색..
그 모자를 쓴 아이가 숨바꼭질 하며 어디로 숨어도 찾아낼 것 같은 선명한 노란 색..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연분홍 꽃이 벚꽃마냥 아기자기 매달려 있는 나무를 보았다..
은은하고, 황홀하다..
동네 어귀,
330년도 더 된 느티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그 세월을 지치지도 않고 우뚝 서 있다..
초록 나뭇잎은 여름이 되면 더 무성해 질 것이다..
그때를 기다려야겠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가 생각난다..
'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 이렇게 시작하던..
도입이 신선해서 짧은 얘기가 더 인상적이었던..
우리 동네에 이렇게 이쁜 꽃과 나무가 많다는 걸
몇년을 살면서도 몰랐다..
이전엔 미처 몰랐다..
봄은 겨울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