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문학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
김동인 외 지음, 이남호 엮음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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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쪽(한국단편문학선1, 만무방 중)

산골에, 가을이 무르녹았다.

가을이 무르녹는 시간이 지나서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오늘이다.
하지만 나무들은 인디언썸머처럼 아직 물러나지 않는 가을색을 간직하고 있다.


필사를 하지 않을 때도 그렇긴 하지만, 필사를 하면서는 더 이쁜 우리말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훈의 자전거여행>에서 ‘숲‘이라는 글자의 이쁨을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어서 그런것인지 몰라도.

*자전거 여행1, 김훈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ᆞ안면도 중
‘숲‘은 늘 맑고 깊다. 숲 속에 이는 바람은 모국어 ‘ㅜ‘ 모음의 바람이다. 그 바람은 ‘ㅜ‘ 모음의 울림처럼, 사람 몸과 마음의 깊은 안쪽을 깨우고 또 재운다. ‘숲‘은 글자 모양도 숲처럼 생겨서, 글자만 들여다보아도 숲 속에 온 것 같다. 숲은 산이나 강이나 바다보다도 훨씬 더 사람 쪽으로 가깝다. 숲은 마을의 일부라야 마땅하고, 뒷담 너머가 숲이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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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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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
144쪽

모국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고3이라니. 세살배기 꼬맹이부터 환갑이 넘은 꼬부랑 할배까지 얼싸안고 기뻐하는 지금 이 순간 고3이라니


이 부분 절실히 와닿네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흥분되며 애초로움이 그지 없는 문장 아닐까요?
뒤에 ‘전 인류 중에서 우리만 호그와트행 열차에 못 탄 기분‘ 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런 비유법도 비유지만 앞 문장이 더 절실히 와닿네요. ‘세살배기 꼬맹이부터 환갑이 넘은 꼬부랑 할배까지‘ 라니깐요.


앞의 이야기는 다소 어두운데 뒷 이야기(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가 밝은 이야기 배치가 괜찮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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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문학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
김동인 외 지음, 이남호 엮음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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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현진건, 빈처 중ㅡ

ᆞ39쪽
두 눈에 은은히 눈물이 고이였더라
ᆞ40쪽
살짝 얼굴빛이 변해지며 어이없이 나를 보더니 고개가 점점 수그러지며 한 방울 두 방울, 방울방울 눈물이 장판 위에 떨어진다ㅡ.
말할 수 없는 슬픈 생각이 가을바람같이 설렁설렁 심골(心骨)을 분지르는것 같더라.


책을 읽으면서 내용에 빠지기도 하지만 단어에 빠지기도 한다.
은은히, 방울방울, 가을바람같이 설렁설렁
이런 표현들을 보면서 한글이 아름답다고 새삼 느낀다.

ㅡ현진건, 빈처 중ㅡ

ᆞ39쪽
두 눈에 은은히 눈물이 고이였더라
ᆞ40쪽
살짝 얼굴빛이 변해지며 어이없이 나를 보더니 고개가 점점 수그러지며 한 방울 두 방울, 방울방울 눈물이 장판 위에 떨어진다ㅡ.
말할 수 없는 슬픈 생각이 가을바람같이 설렁설렁 심골(心骨)을 분지르는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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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1-08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없어서 ... ㅎㅎㅎ

jjinyyeop_n 2016-11-09 09:57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ㅎㅎㅎㅎㅎ
 
[eBook] 덕혜옹주 (개정판)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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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혜옹주를 두고 약간은 이런 저런 말들이 올라온 것을 보았다. 덕혜옹주가 독립운동을 위해 한 것이 없는데, 독립운동 한 것으로 그려졌다고.
책은 어떤가 했더니, 온전히 덕혜옹주에게만 초점이 맞춰있었다. 그래서 소설이지만 영화같이 미화적인 부분도 빠지고 담담하게 그려진것 같았다.

왜 하필 덕혜옹주였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마지막 즈음에 알 수 있었다.

482쪽
조선의 황족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네. 마땅히 설 자리가 없어. 조국이 독립되었다고 그것으로 끝난게 아니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람들을 조국으로 데리고 돌아가야 하네. 낯선 땅에서 핍박 받으며 견뎠던 그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가야 해. 그들이 이 땅에서 흘렸던 피눈물까지 모두 거두어 가야 하네. 그걸 이루어내지 못하면 독립도 아무런 의미가 없네. 우리 동지들이 목숨을 걸고 지켰던 신념이 무언가? 자랑스럽고 떳떳한 내 나라를 세워 우리 민족을 모두 데리고 돌아가는 것 아니었나? 옹주마마는 그 시작에 불과하네.


우리나라가 광복을 했지만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제일교포라는 이름으로도 살 수 없었던 이들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이고, 알아야 하는 역사라 생각된다.

482쪽
조선의 황족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네. 마땅히 설 자리가 없어. 조국이 독립되었다고 그것으로 끝난게 아니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람들을 조국으로 데리고 돌아가야 하네. 낯선 땅에서 핍박 받으며 견뎠던 그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가야 해. 그들이 이 땅에서 흘렸던 피눈물까지 모두 거두어 가야 하네. 그걸 이루어내지 못하면 독립도 아무런 의미가 없네. 우리 동지들이 목숨을 걸고 지켰던 신념이 무언가? 자랑스럽고 떳떳한 내 나라를 세워 우리 민족을 모두 데리고 돌아가는 것 아니었나? 옹주마마는 그 시작에 불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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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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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쪽
나는 외려 새들이 날 때 상당한 기쁨을 맛볼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너무 어린 새나 늙은 새, 다친 새는 날 수 없다. 많은 새들이 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실제로 그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때는 한정되어 있다.


이 부분을 읽는데, 아이는 카2 에니매이션을 보고 있었다. 장면은 결말을 지나 끝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사건들이 해결되는 과정에 마지막 레이싱을 못하고 끝난 아쉬움에 자동차들이 맥퀸동네에서 카메라도 없는 진정한 레이싱을 펼치는 장면이다. 누군가는 이 순간을 몸 근질근질하게 기다렸다 하고, 카메라도 없고 잘 깔려진 경주장이 아닌 울퉁불퉁한 곳에서 펼치는 경주가 진짜 경주라고 했다.
3ᆞ2ᆞ1 탕! 하는 순간 부웅 소리와 함께 출발하는 자동차들 모습에 전율이 느껴진다.
그 부분을 보는 순간 이 글이 한 순간 느껴졌다.
달릴 수 있다고 다 달리는게 아니고, 날 수 있다고 다 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52쪽
나는 외려 새들이 날 때 상당한 기쁨을 맛볼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너무 어린 새나 늙은 새, 다친 새는 날 수 없다. 많은 새들이 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실제로 그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때는 한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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