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쪽˝재밌어. 엄청 재밌어. 지금 내 뜻대로 되는 게 이거 하나밖에 없거든.˝181쪽김지영의 삶이 독자들의 삶과 이토록 닮은 이유는 무엇일까? 동시대 여성이기 때문일까? 시대의 문제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의 딸들은, 김지영의 딸 정지원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헛된 희망이 아닐까. 딸 김지영의 삶은 어머니 오미숙의 삶에서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다.ㅡ초등학생 아들을 위해 일을 그만 둔 엄마가 초등학생 수학 문제집들을 풀며 스트레스 날리는 모습에서, 그리고 그녀가 한 말˝재밌어. 엄청 재밌어. 지금 내 뜻대로 되는 게 이거 하나밖에 없거든.˝ 이 책을 덮고도 계속 맴돈다. 지금 내 뜻대로 되는 거...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지 되돌아본다. 그리고 취미생활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사실 나는 1년에 5권 미만의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나도 뭔가 내뜻대로 되는게 없음에 답답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이 몇 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분들에게도 말한다.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가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ᆞ얼마 전 ‘아이 낳고 복직하려고 하는데,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결국 사표를 냈는데 주위에서 그만한 직장 어디서 다시 얻겠냐? 그리고 다시 일은 할 수 있겠냐? 이런 말을 듣기도 했지만, 막상 사표가 수리되고 보니 너무 헛헛하고 잘 하는거 맞나싶다‘ 라는 글을 봤는데, 다시금 이 책이 생각 났습니다. 변하는 시대에 맞춰 아직도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사회분위기에 답답함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 때는 변해졌으면 합니다.ㅡ밑줄긋고 생각잇기로 이 책을 읽게된 건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이런 소설이 좋다. 가볍게 술술 읽히면서 머릿속에서 내용이 자꾸 떠오르게 되는 이야기 말이다. 아무래도 한동안 더 오랫동안 남을 거 같다.몇 년 전만 해도 책에 줄 하나 긋기가 싫었고, 구겨지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독서 모임에 나가게 되면서 바뀌었다. 때론 너무 많은 밑줄과 귀접이까지 있어서 책이 부풀어 오르기도 해서 조절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하지만 줄 그으면서 보는 변화엔 괜찮다 싶다.왠만하면 종이책을 읽으려고 한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또 꺼내볼때 책장에서 꺼내는 그 맛이 좋을거 같고, 아이에게도 나의 책장을 물려주고 싶기도 해서이다.다시 읽을 때 나의 밑줄들을 보면서 생각의 교차를 경험하겠지, 그리고 아이가 혹여 내가 읽은 책을 읽을 때 교감되겠지 싶어서 밑줄을 그어가며 읽기를 계속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