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러주는 데 있더나?

 

곽경택 감독의「친구2」는 단순 조폭 영화로 읽히지 않는다. 삶에 관한 여러 은유적 메시시를 담고 있다. 전작이 주는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네티즌들의 평가는 접어두련다. 조오련이랑 바다거북이랑 수영 시합하면 누가 이길까. 삶이란 이런 비루한 질문의 연속이고, 그런 질문들에 괜찮은 답이 있을 리 없다는 걸 말해주는 영화이다. 폼 나게 살고 싶지만 결코 폼 나지 않는 삶의 비애를 조폭 군단의 형식을 빌려와 들려준다.

 

 

‘어른 남자가 내 편 들어준 게 그때가 처음입니더.’ 동수의 아들 성훈(김우빈)이 준석(유오성)에게 고백할 때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독한 격랑의 생채기만 쌓아온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내 편을 얻었다는 안도감만으로도 천국을 만난 기분이 된다. 사람은 많아도 내 편은 드물다는 것을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후회할 선택만 하고 사는 게, 그게 건달이라고 준석은 읊조린다. 어찌 건달만 그렇겠는가? 삶 자체가 후회라는 선택의 연속이다. 후회 없는 삶이란 후회하지 않기로 한 그 마음에서 오는 것이지, 삶 자체에 후회가 없을 수는 없다. 그때 그 시간에 열심히 할 걸, 그 때 그 말을 하지 말 걸 등등 후회로 점철된 시간이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건달이 쪽팔리면 되겠나,고 준석은 말한다. 건달만 그러할까. 누구나 쪽팔리면 얼굴 들기 힘들다. 건달에게는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솔직한 멋이라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럴 용기조차 없기 때문에 더욱 쪽팔림을 감수해야 한다. 저 대사를 뒤집으면 보통 사람들은 쪽팔림을 쉽게 팔면서 산다는 말과 같다.

 

 

모든 걸 잃은 뒤, 어디로 가겠냐는 부하의 말에 준석은 씁쓸하기 짝이 없는 한 마디를 던진다. ‘나를 불러주는 데가 있더나?’ 늙으면 아픈 재미로 산다는 페이소스 강한 준석의 말에 빗대자면, 변방으로 밀리면 외로운 재미로 산다. 그게 삶이다. 한때는 치열하게, 더러는 울컥하며, 끝내 외롭게 스러져 가는 것, 삶의 허무를 영화는 조폭이란 그림을 빌려와 극적으로 보여준다.

 

 

 

 

 

 

 

 

 

 

 

 

 

 

 

 

 

2. 굴 껍데기처럼 말없이

 

평북 정주 출신인 시인 백석과 남쪽의 소도시 통영은 다소 생뚱맞은 조합이다. 하지만 백석의 연애사가 통영과 관련 있기에 사람들은 백석과 통영을 함께 떠올린다. 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 덕에 우리는 통영에서의 백석 행장을 상상으로나마 그려 볼 수 있다.

 

 

통영 ‘천희’ 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처녀’를 천희라고도 불렀나 보다. 동료 기자의 소개로 백석은 통영 출신 이화여고 학생 ‘란(蘭)’(박경련)을 만난다. 시인이 24살 때였다. 란의 부모에게 청혼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란과 결혼한 사람은 바로 백석과 란을 연결해준 그 친구였다. 시인은 큰 상처를 얻었지만 그 덕에 우리는 바람결 같은 그의 통영 관련 연시를 낭송할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은 ‘오래 그려 오던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 그렇게 살뜰하던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이란 시에서 란에 대한 애틋함과 자신을 배신한 친구에 대한 서운함을 언급한다.「흰 바람벽이 있어」에서는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나지막한 집에서 지아비와 어린 것 옆에 끼고 대굿국으로 저녁을 먹는다고 노래한다. 통영에 와서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단 한사람을 생각하면서 시인은 외로이 대구탕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통영」이란 제목의 시 두 편을 연결하면 백석의 ‘란’에 대한 그리움의 모자이크가 완성된다. 김 냄새 나는 비가 내리는 날, 통제사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 도시에서 미역오리 같이 마르고 굴 껍데기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 한 처녀를 객줏집 마루방에서 만난다. 처녀는 ‘명정골 정당샘’ 근처에 산다고 들었다. 물 긷는 여인네들 가운데 혹시 ‘란’을 만날까 백석은 충렬사 돌계단에 앉아 바닷사공이 된 심정으로 길 건너 정당샘을 내려다본다. 그렇게 만나지 못한 사랑은 시가 되었다. 백석의 로맨스를 알고 통영에 가는 이라면 명정골 정당샘과 충렬사 계단을 무시로 지나치지 못한다. 먼 타향 사람 백석마저 붙잡아 놓는 힘 이것이 통영, 아니 사랑이 위대한 이유이다.

 

 

 

3. 언어는 사람을 규정한다

 

뜨는 드라마 중에 ‘응답하라 1994’가 있다. 시대상에 맞지 않는 일일드라마나 재벌과 신데렐라 이야기를 다루는 미니시리즈와 확연히 다른 현실적인 내용이라서 꼭 챙겨본다. 거기서도 우리식의 위계질서 의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씁쓸하면서도 공감을 하게 된다. 같은 나이인줄 알았던 대학 동기가 두 살이나 어리다는 걸 알게 되자 등장인물은 다짜고짜 누나 행세를 한다. ‘나이도 어린 게 누나 앞에서 까불고 있다’는 사회가 가르쳐준 고정관념을 내세워 우위를 점하고자한다. 상대남의 멱살을 잡고 수직 관계를 인정하라고 윽박지른다.

 

 

언어는 형식을 낳고, 형식은 내용을 규정한다. 소통 부재를 경험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모순된 언어 형식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말의 형식은 세밀한 등급까지도 규정한다. ‘하겠습니다, 할게요, 할게, 해줄게’ 등이 뜻하는 바와 같이 말꼬리 형식에 따라 타자와 나의 계급은 분명하게 규정된다.

 

 

대학입학 후에도 자기소개를 할 때 몇 학번인지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밝힌다. 새내기인지 재학생인지 단순히 궁금해서가 아니라 상대와 내가 어떤 계급 구조를 형성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탐색자료로서 그 학번놀이가 필요한 것이다. 따르고 거둔다는 명목으로 선후배의 선을 가르지만 실은 위계질서에 자연스레 편입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 사회에서부터 굳어진 이런 불문율은 사회에 나와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더욱 고착화된다. 행여나 이런 질서에 저항이라도 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너 몇 년 생이야? 민증 까 봐.’, ‘새파란 것이, 니 에비랑 내가 친구다.’ 등등의 익숙한 언어폭력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숫자놀음으로 예시되는 이런 위계 체제가 진솔한 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이지만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구축되어온 세계관이 불편할지언정 질서유지에는 더할 나위 없었기 때문이다. 소통 불편보다는 질서 유지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한 우리는 이러한 언어형식의 노예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4. 수전 손택의 젊은 날

 

거의 매일 일기를 쓴 적이 있었다. 너무 어려(젊어) 격정이 삶의 전부를 차지하던 시절이었다. 칼날로 스스로를 베거나, 세상을 향한 분노나 원망이 주된 내용이었다. 청춘이 괴로워 그저 기록함으로써 심리적 해방을 맛보던 시절이었다. 돌아서 들쳐보는 일기장은 회한과 수치심으로 가득 찼다. 누가 볼까 부끄럽고, 스스로도 다시 펼치고 싶지 않았던 그 일기장은 모두 불쏘시개 신세를 면치 못했다.

 

 

수전 손택의 젊은 시절을 일기로 읽는다. 일군의 사람들이 일기를 쓰고 태울 때 누군가는 내밀한 일기장을 남겨 잊고 지냈던 과거나 사유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손택의『다시 태어나다』는 총 3권으로 기획된 그녀의 일기 중 첫 번째 책인데, 사춘기 시절부터 청춘 부분을 다루고 있다.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사랑, 결혼 생활의 갈등과 환멸, 사물과 대상에 대한 거침없는 눈썰미 등의 보고서로 읽힌다. 객관적 시선을 견지하는 그녀의 공적인 책들과 비교해 격정과 수치와 회한의 옷섶을 풀어놓은 그녀의 일기를 보면서 사람살이는 참으로 비슷하구나, 하는 위안을 받는다.

 

 

동성애자였던 그녀는 자신이 사랑한 두 여자에게서 느낀 자신만의 수치심과 모욕과 고통과 자괴를 지나치리만큼 진솔하고 가혹하게 고백한다. 개인적 정념을 넘어 그녀가 보통 사람과 달랐던 건 예술과 문화에 대한 자기 확신과 끊임없는 열정이었다. 육체적 욕망을 넘어 그녀에게는 지적 갈망이라는 거대 우물이 있었다. 스스로 판 그 우물에 문학과 음악과 영화와 비평이라는 샘물이 흐르도록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 모든 열망은 오로지 작가로 거듭나겠다는 꿈 하나로 연결되었다.

 

 

손택 자신의 청춘 보고서는 사적인 일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번지고 무너지는 자아를 다잡아 어떻게 창의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좋은 예가 되어준다. 누가 뭐래도 욕망은 다양하고 자아는 개별적이다. 육체적 욕망과 지적 욕구를 스스럼없이 발산해 나간 그녀의 젊은 내면이 그녀가 남긴 인문학적 저술의 예술혼이었음을 알겠다.

 

 

 

 

 

 

 

 

 

 

 

 

 

 

 

 

5.눈 맞추기

 

마음이 아픈 아이들은 잘 웃지 않을뿐더러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 아이들이 눈 맞추기를 두려워한 것은 아니었다. 닿고 싶은 별과 오르고 싶은 나무와 맞대고 싶은 바람에 대해 그 아이들도 누군가와 눈 맞추고 싶었다. 그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어른들의 시선은 대체로 태생적으로 웃음이 많거나 담백한 명랑함을 지닌 아이들에게 먼저 가닿았다. 마음 깊이 앓아보지 않은 그들 그룹은 실은 누군가 애써 눈 맞춰 주지 않아도 잘 크는 나무가 될 터였다.

 

 

잘 웃지 않는 아이들은 ‘평온한’ 그들이 부러웠다. 관심 받지 못한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상처가 되었다. 그럴수록 아이들의 눈빛에 고인 사연은 절절해졌다. 외면에 지친 아이들은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사랑 받지 못했고, 사랑 받지 못하며,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열패감이 그 아이들을 힘들게 했다. 단순한 패배감이 아니라 고착에 가까운 자기포기처럼 보였다.

 

 

명랑한 아이들이 가벼운 랩 리듬처럼 슬리퍼를 끌며 지날 때 웃지 않는 아이들은 슬리퍼 소리조차 내지 않고 그 곁을 지났다. 더욱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왼쪽 목덜미의 사마귀마저 가리느라 한껏 움츠린 자세가 되는 것이었다. 상처 받은 아이들은 이 세계야말로 모순적인 질서에 의해 움직인다고 확신했다. 애초에 아이들에게 공정한 눈 맞추기를 할애하지 않은 어른들의 잘못이었다.

 

 

그 맘을 열어주는 데는 끊임없는 눈 맞추기 말고 아무 것도 없었다. 여백조차 없는, 마음의 얼음성을 쌓는 아이들과 눈길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눈치만 웃자란 그 아이들에게 가식과 형식은 금물이었다. 그들 마음에도 빨주노초파남보 풍선은 부풀고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맘속의 풍선이 맘껏 날 수 있도록 누군가의 눈 맞추기는 계속될 것이다. 눈 맞추기는 상처를 아는 자가 상처 입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위로일 터였다. 누군가의 상처를 안다고 말하기 전, 가만 다가가 그 아이와 눈을 맞추는 당신이라면 당신도 상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6.착한 사람 콤플렉스

 

한 친구가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칭찬이 자신더러 ‘착하다’고 하는 것이라고. 학창 시절 과 야유회를 갈 때 그 친구는 이십인 분의 김밥을 자취방에서 홀로 쌌는가 하면, 오갈 데 없는 친구들을 먹여주고 재워주었다. 쌀독은 자주 비었고, 좁은 방엔 친구들이 흘리고 간 머리카락들이 뒹굴곤 했다. 잦은 방문에도 쌀 한 줌 밑반찬 하나 챙겨오는 이 없었고, 머리카락 뭉치 한 번 치워주는 이 없었다.

 

 

자신이 좋아서 베푼 호의였지만 사람이기에 갈수록 서운한 맘이 들었다. 어느 날 그런 고민을 다른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그 친구의 충고는 이랬다. “걔들, 친구 아니야. 당장 끊어. 니가 베푸는 친절이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면 그건 좋은 게 아니야.” 그 이후로도 친구는 소위 ‘빈대붙는’ 그 부류들을 완전히 끊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친구가 아니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가 어찌 친구일 수 있겠는가. 친구사이일수록 예의와 양심에서 멀어져서는 곤란하다.

태생적 성정이 착한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착하다. 하지만 누가 자신에게 착하다고 말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착하다는 말 속에는 ‘너는 착하니 어지간히 만만하게 대해도 괜찮지?’라는 숨은 뜻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한다. 내가 원하는 나가 아니라 남이 원하는 나를 적절하게 연기하며 살아간다. 저마다 페르소나라는 예의의 가면을 쓰고 행동한다. 천성이 착한 사람은 자신이 그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착한 사람은 진짜 나와 가짜 나의 경계가 덜하다. 하지만 대중에게 착하게 보이려고 하는 사람은 그 진짜와 나 사이의 싸움으로 내면의 기를 탕진한다. 착한 사람은 상처 받기 쉽고 착하게 보이려고 하는 사람은 에너지 낭비에 휘둘린다. 둘 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이다. 하지만 ‘세상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7. 시청률의 노예

 

한 방송작가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이 퇴출 운동을 벌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 의 임성한 작가가 50회 분의 연장 방송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란다. 시청률이 좋다는 것을 볼모로 작가는 방송사를 상대로 슈퍼 갑 행세를 하고, 방송사는 광고 완판을 보장해주는 작가의 눈치만 본다.

 

 

문제는 개막장 드라마를 쓰더라도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이라는 방송가의 생각들이다. 시청률에 집착한 작가는 작가정신이나 작품성은 물론 시청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도 생각지 않는다. 관심 끌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에피소드라도 적극 활용한다. 주요 등장인물들을 느닷없이 중도하차 시키는가 하면, 개연성 없는 죽음으로 이끌어 시청자들을 황당하게 만든다. 기이한 장면들과 대사들도 빈번하게 동원한다. 유체 이탈에다 귀신 출몰은 예사이고, 기괴한 시집살이 장면은 애교를 넘어 실소를 부른다. 이해할 수 없는 총체적 현상들이 드라마를 지배한다. 그래도 시청률은 높다. 아니, 그래서 시청률이 높다.

 

 

대중의 심리는 묘하다. 정돈된 드라마보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에 정신줄을 놓게 된다. 작가와 방송사는 그것을 십분 활용하고 시청자는 불편한 내용인 걸 알면서도 단순한 호기심에 같이 놀아난다. 이 모든 게 돈 때문이다. 시청률 높은 작가는 광고 완판을 부르고, 콧대 높아진 작가는 집필부터 캐스팅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작가 앞에서 방송사는 윤리고 양심이고 따질 겨를이 없다.

 

 

품위를 버린 그들이 쌍으로 돈의 노예가 될 때 시청자가 나서면 되겠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막장 드라마 따위는 안 보면 그만이라고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라는 변명만큼 시청자의 심리를 대변하는 말도 없다. 비상식적이고 말 안 되는 일은 도처에서 일어난다. 욕하고 분노하면서도 거기에 동조하는 게 일반대중의 역할이다. 시청률을 무기로 슈퍼갑이 된 작가는 대중을 우롱하고, 방송사는 직무유기로써 그 책임을 회피한다. 대중은 욕하면서 그 시청률을 높여준다. 이것이 삶의 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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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2-0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도 선 후배 위계질서가 있지만 선후배끼리도 친구가 되자고 합의하면 서로 말을 편하게 하던데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과도하게 융통성이 없죠.서열을 나타내는 호칭은 많은데 소위 평등호칭은 없어요.그래서 호칭 가지고 머리끄댕이와 주먹다짐이 많죠.

다크아이즈 2013-12-05 19:21   좋아요 0 | URL
생각 외로 호칭, 나이, 선후배 등등 위계질서가 가져다 주는 폐단이 많사옵니다.
가만 둘러 보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거기에 있어요. 이걸 가장 역겨워 하는 그룹이 김상봉 교수 측들 - 도덕교육의 파시즘, 이 책은 읽을 때마다 공감 또 공감해요.

오늘 국회도 보니 가관이던데요. 재선 주제에 삼선 보고 대드냐고 난리고, 니 나이 몇 인데 깝치냐고 따지고... 에휴~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팜므 님이 게을러터져서 그렇지 이런 모음 형식은 최고입니다. 잠을 좀 줄여가면서 일주일에 한 편이라도 페이퍼를 좀 올려주십시요. 모두 다 호강하게 말입니다. 흠흠..


아동치료 하니... 옛날에 읽은 딥스'라는 책 생각나네요. 누나가 아마 학과 공부 땜에 산 책이었는데 고거 되게 잼있더라고요...

다크아이즈 2013-12-05 19:23   좋아요 0 | URL
푸핫핫~~!!!
맞아요, 게을러 터져서 - 저 좀 어찌 안 될까요? 안 게을러 터지고 싶사와요.
잠을 팔아 체력을 보충하려니 이런 사단이 ㅠ
그러보 보니 곰발님이 더 위대하게 보이옵니다^^* 크~

딥스는 초등 고학년 필독서라 논술 수업할 때 활용하지요. 정작 애들 읽기엔 두껍고 중복되어 별로 안 좋아해요. 어른이 읽고 반성하기 좋은 책이지요.

양철나무꾼 2013-12-05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닿고 싶은 별과 오르고 싶은 나무와 맞대고 싶은 바람에 대해 그 아이들도 누군가와 눈 맞추고 싶었다. 그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어른들의 시선은 대체로 태생적으로 웃음이 많거나 담백한 명랑함을 지닌 아이들에게 먼저 가닿았다. 마음 깊이 앓아보지 않은 그들 그룹은 실은 누군가 애써 눈 맞춰 주지 않아도 잘 크는 나무가 될 터였다.

너무 이쁜 문장인데, 너무 아픈 문장이기도 하네요.
잘 지내시죠?

다크아이즈 2013-12-05 19:20   좋아요 0 | URL
아, 양철님 제 맘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눈물 나려 해요. 저 문장 - 현장에서 얻은 저만의 경험이에요. 어른이고 애들이고 상처가 바탕이 된 이들은 눈 맞추기를 잘 못해요. 눈 맞춰 주지 않아도 잘 크고 잘 사는 아이 어른들은 굳이 눈 맞출 필요 없어도 되는데 눈을 잘 맞추고, 정작 눈 맞춰야 할 아이 어른들은 일단 피하고 봐요. 어릴 때부터 한두 개씩 경험한 상처가 누적되어 '저이도 나를 원하지 않을 거야. 나 보다 매혹적인 동료들에게만 관심이 있을 거야.' 이런 단정으로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지요. 그건 분위기와 눈빛으로 감지해요.

어린아이든, 중고생이든, 어른이든 눈 피하는 사람은 거의 상대(학교 선생이든, 자기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든)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에요. 전 의식적으로 그들에게 눈길을 더 줘요. 하찮은 걸로 상처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들이 눈길을 피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한 것들에서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뚱뚱하니까 싫어할거야. 이쁜 사람들만 사람들이 좋아할거야. 내 손가락이 굽은 걸 상대는 싫어할 거야. 등등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눈 마주치기를 거부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건 그들 잘못이 아니에요. 이미 숱하게 자잘한 경험치가 쌓여 그들 마음 문을 닫게 한 거거든요. 나는 니 편이다, 하고 진심으로 다가가기의 과정이 뭔가를 가르친다는 것 자체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성인이나 애들에게나 그 느낌은 꼭 같아요. 사람이 상처이면서 사람이 곧 위안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양철님도 여전하시지요? 바쁜 중에 독서 게을리 하지 않는...
오늘 밤도 평안하시길^^*

세실 2013-12-05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에서는 특히 온전한 내편이 드물어요. 다들 깎아 내리려고 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보다 로비스트가 승승장구해요.ㅠ
통영 가고 싶어라. 참 아기자기하면서 아름다운 곳이죠
내년도 다이어리에 십이월부터 일기 쓰고 있어요^^

다크아이즈 2013-12-06 16:57   좋아요 0 | URL
저야 직장 생활을 안 해봐서 깊은 내막은 모르지만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지요. 뭐.
피 섞인 관계 말고는 완전히 믿으면 안 된다, 이런 신조가 직장 생활, 사회 생활에 적용되나 봐요. ㅋ
강좌생으로 만난 초중고생, 어른들 중에 유독 눈 맞추기를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의 상처를 알 것 같아 더 맘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해요. 편애의 영역에서 늘 벗어나 있었던 그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어요. 뚱뚱하다고 선생님이 자신을 구박했다는 초등생의 고백이 짠하더라구요. 그 이후 그 어떤 선생님도 믿지 않게 되었대요. 외모로 판단하지 않기, 그걸 실천하려고 해요. ^^*

노이에자이트 2013-12-0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른들도 청소년에게 존대말하자고 권고해요.팜므 느와르 님도 동참해주세용~

다크아이즈 2013-12-06 17:01   좋아요 0 | URL
노이님 당연하지요. 독서지도사 과정 수업 중에 누군가 물었어요. 초등생을 상대로 수업할 때 말 놓으면 되지요, 하고... 저 깜짝 놀라서 그건 아니라고 답해줬어요.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초등학생들 앞이라고 말 놓으면서 수업한다는 발상 자체가 저는 무척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학생들 앞에서 존대어로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분위기가 훨씬 좋아요. 아이들도 존중 받는다 생각할 것이구요.^^*

2013-12-06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