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살짝 10분지각을 했더니 어김없이 버스안의 상황은
평상시와는 다른 그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10분 지각을 하면 앉아갈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1.
오늘 탄 버스는 우리동네를 경유해 중앙대까지 가는 버스노선...
건널목을 건널 때 한대를 놓쳤더니, 바로 뒤에 같은 번호의 버스가
왔길래 냉큼 타버렸다. 예상대로 자리는 비어서 널널했으나 3정거장쯤
지났을 때 뒤쪽에서 곡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슬쩍 뒤를 보니 이 번호의 버스를 탈때 오늘까지 3번정도 마주쳤던
다운증후군의 그녀가 앉아있다. 그녀는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있다.
버스가 최신형이라 제일 뒷자리 5~6명이 앉는 자리 바로 앞자리가 2명씩
앉는 자리가 아닌 혼자 앉는 자리에 언제나 자리잡고 있던 그녀....
혼자서 중얼중얼 뭔가를 잘 떠들던 그녀는 오늘은 컨셉이 바뀌었는지...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까지는 똑같았지만 타령조에 곡소리가 첨부된 차별성을
보였다.
사당사거리를 지날때까지 그녀의 곡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사당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자마자 정차한 정거장에서 이 버스의 최종목적지를 향한다고 추정
되는 한무리의 여자들이 몰려 타고 나서야 그녀의 곡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곡소리를 내는 그녀 주변엔 승객들이 앉아 있질 않았으나 그 정거장에서 탄 6명
정도의 무리를 이룬 여인네들은 제일 뒷자석에 자리를 포진했고, 그때부터 신기
하게도 그녀의 곡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는 것...
아침부터 누가 무슨 연유로 내던지간에 곡소리 듣는 건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2.
댓글에서도 밝혔듯이 사당 사거리에는 제법 큰 주상복합이 들어서면서 1층매장에
"크리스피"도넛 매장과 "커피빈" 매장이 자리를 잡았다.
이러다 보니 버스에 타는 승객들의 손에 종종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도넛 혹은
커피를 들고 타는 승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
그중에서도 오늘 앞에서 말한 6명정도의 무리를 지어 탓던 여인네들 중 한명은
TV광고을 실천이라도 하듯 한손엔 도넛을 들고 한손엔 커피를 들고(비록 TV광고
에서 커피 & 도넛을 쓰는 카피를 쓰는 그 광고의 제품과 매치되는 상품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흔들리는 버스에서 용케 중심을 잡고 뒷자리까지 찾아가
착석까지 하는 묘기를 선보였다.
그녀들이 탄 후 정확히 두 정거장 후 내가 내릴 때 봤던 그녀들은 어느새 손에
들고 있던 도넛은 다 해치우고 가방에서 꺼낸 호일로 싼 김밥을 까먹으면서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는....
그런데 재잘거리는 그녀들의 소음은 거북하거나 불쾌하다기 보다는 신선하고
프레쉬하다고 느껴졌다. 역시 곡소리보다 쾌활하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듣기엔
더 좋다.
뱀꼬리 : 에잇~! 오늘따라 왜이리 오뎅(어묵)국물에 소주or정종이 땡기는 것이냣~!!
이건 완전 어제 올린 페이퍼의 영향으로 인한 자승자박의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