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지중해 - 스펙트럼 인기외화 할인20선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안소니 퀸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이런시대에 살아 남아서 꿈을 꿀 수 있는 길은 도피 뿐이다. "



시커먼 화면에 새하얀 글씨로 이러한 문장이 펑 떠버리는 것이 이 영화의 처음 모습이다.
표면적인 줄거리는 우리나라 영화 웰컴투 동막골과 비슷하다. 아니 이 영화가 먼저였으니 월컴투 동막골이 이 영화와 비슷하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줄거리-

2차세계대전 막판 뭇솔리니가 집권한 이탈리아에서 여러가지 사연으로 군에 징집된 8명의 군인이 그리스에 인접한 지중해의 외딴섬에 임무차 상륙을 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고고학 교사였던 이 무리의 리더 중위는 원치 않는 전쟁에 강제 징집을 당했고, 제법 군인색이 나는 중사와 이를 추종하는 사병둘..어느 전선에다 던져놔도 기어이 탈영을 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꼴통, 산에서 양을 치며 살았던 목동형제, 사람보다 나귀를 더 사랑하는 병사.....

군인이라는 개념과는 비교적 거리감이 있어보이고 오합지졸이라는 표현이 더더욱 어울릴법한 이들은 군인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어설프다. 텅빈 마을에서 날아 오르는 닭을 보면서 기겁을 하며 총질을 해대며, 야간보초중에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나귀를 적으로 알고 난사를 해대니 말이다.

더이상 주민이 살지 않는 마을이라고 여겼던 섬에서 결국 그들은 마을 주민들과 마주치게 되고 이들을 두려워하기는 커녕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한핏줄 한마음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배를 타고 오는 떠돌이 장돌뱅이 터키인에게도 역시 터키와 이탈리아는 한핏줄 한마음이라는 뻔히 보이는 상술에 속아 아편에 취하고 결국엔 가지고 있는 무기와 군복을 죄다 털리게 되는 얼간이 군인들....

세상이 복잡하게 돌아가던 말던 그들은 부서진 교회의 성화를 복원하고 독일군을 따라왔다 고립된 창녀를 사랑하게 되고 동네 아이들과 축구를 하거나 동네의 나귀를 보살피면서 혹은 산에서 양을 치는 목동소녀와 사랑을 이 지상낙원을 만끽하게 된다. 그것도 무려 3년씩이나...

이섬의 신부님이 말했던 것처럼 마치 한핏줄 한마음처럼 자연스럽게 이 곳에 동화가 되버린 것이다.전쟁이 끝나 뭇솔리니는 끝장이 났고 조국 이탈리아는 격변의 위치에 놓여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잠깐 불시착한 이탈리아 공군 소속의 비행사를 통해 바깥 세상을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진 병사 하나만을 남겨 놓고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영화는 막바지를 향해 나가간다. 수십년이 흐른 후 남아있는 병사가 사랑에 빠진 그녀와 함께 일궈낸 레스토랑에서 벽화를 그리던 중위와 이탈리아 재건을 외쳤던 중사는 그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했던 장소에서 재회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명장면,명대사-

탈영을 일삼던 병사가 결국 창녀와 결혼식을 올리는 동료의 피로연장에서 커피를 한모금 마시다가 불평을 한다. 이 동네는 도대체 적응할수가 없다면서 커피를 마시는데 모래가 씹힌다. 라고 투덜거린다. 옆에서 거나하게 취한 중사는 이런 불평을 하는 동료에게 천천히 기다려....커피향을 맡으면서... 결국 가라앉게 되어 있거든 그때 마시면 되잖아..라고 중얼거린다.

그림재능이 있는 중위가 신부의 부탁으로 교회의 성화(벽화)를 복원을 마치면서 그 성화속에 8명의 이방인들을 그려넣은 장면이 나온다. 마치 성서속에서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들처럼...

이 영화의 명장면은 다름아닌 시종일관 보여주던 푸르고 맑은 지중해의 모습과 이와 대조적으로 섬에 세워진 새하얀 벽을 가지고 있는 건물들과의 아름다운 대조였다.


-포인트-

옛날에 대여점을 통해 비디오로 봤던 이 영화는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던 낙원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어린나이였고 나에게 도피처 따위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 대부분일 혈기왕성한 나이였을 때였다..물론 지금보다 혈기왕성.....

10년이 훌쩍 넘어버린 시간 이후 다시 만난 지중해라는 영화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 이라는 흑백영화와 함께 1+1의 타이틀로 만나게 되었고 그때와는 다르게 도피처와 평안이라는 공간이 필요한 나에게는 절실하게 다가왔던 영화로 돌변해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새까만 화면에 허연 글씨로 뜬 "도피하고 싶은(있는) 모든 이에게 바침'" 이란 문구는 1991년도에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의 머리속에 콕콕 박히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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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9-2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화 어느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본듯합니다..그때도 지중해의 풍경에 넋을 잃었었는데요..이렇게 아름다운 도피처의 유혹은 우리를 꿈꾸게 합니다..

로드무비 2006-09-2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도피하고 싶지 않은데요?( '')
이놈의 커피. 어쩌고 하던 대사 기억나네요.^^

Mephistopheles 2006-09-26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 그러게나 말입니다 가끔 저런 곳에서 푹 퍼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니까요..^^
바람구두님 // 가서 봤습니다 우익..!!제 리뷰가 엄청 초라해 보이는군요...^^
로드무비님 // 아...꼭 도피가 아니더라도..저런 풍경 좋은 곳에서 그냥 퍼져 있고 싶다는...뜻일지도...^^ 예 그 대사가 인상깊더군요.. 유유자적한 환경에서 커피에 모래가 씹힌다고 투덜거릴 필요없이 커피향 맡으면서 가라앉길 기다리라는 대사가 인상 깊더라구요..^^

마노아 2006-09-26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중해, 중학교 때 봤는데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때는 배경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도 좋더라구요^^

로드무비 2006-09-27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
도피하고 싶다는 뜻으로 붙인 건데......

Mephistopheles 2006-09-27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뜻이 였군요....( '';)( '';)( '';)( '';)

BRINY 2006-10-16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영화 극장에서 보면서 주루룩 울고, 나중에 혼자 우연히 TV에서 보다가 또 울고...도피하고 싶다구요!

Mephistopheles 2006-10-16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브리니님...찾아보면 어딘가 분명히 있을꺼라 생각됩니다..^^

산사춘 2006-10-24 0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중해 영화, 넘 그립습니다. 브리니님처럼 극장서 봤으면 감동오만배였을텐데!

Mephistopheles 2006-10-24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이따마한 화면에 그 아름다운 지중해의 풍광을 한눈에....으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