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지왕의 광기 - [초특가판]
니콜라스 하이트너 감독, 이안 홀름 외 출연 / 네오센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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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잘나신 미국이란 나라가 영국에서 독립이란 걸 했을 때. 영국의 왕은 조지 3세 였다고 한다.
엄청난 크기의 식민지를 통째로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통치에 금이 가거나 흔들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외적인 압력과 정적들이 아닌 내부적인 붕괴로 그의 왕권에 금이 가고 흔들리기 시작했으니...



왕이 미쳐 날뛰는데 거들떠도 안보는 저 포스터 속의 위병들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성격이 대번에 드러낸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정신병(포르핀증)을 앓았다고 전해지는 조지 왕 3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영국 절대왕정의 최고봉 조지 3세는 왕치고는 제법 긴 통치기간을 자랑하고 있다. 무려 60년이나 말이다. 마치 우리나라 조선의 왕인 영조와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주지육림과 기름진 음식, 그리고 과로로 인해 그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은 직종인 왕의 위치에서 저 정도의 통치기간이였다면 대단히 오래 제위에 머물렀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정적들을 숙청하고 제거했을 것이며, 나이가 가득찬 자신의 아들(왕세자)마져도 역시 이러한 정적들의 부류에서 예외일리는 없었을 것이다. (어찌 우리나라 영조와 기가막히게 비슷한 스토리 아닌가..?)

하지만 이 영화 `조지왕의 광기' 이런 자신의 지위를 위해 살벌하게 자행되었을 숙청의 의미는 눈꼽만큼도 안보여준다. 제위기간 중 최대 위기였었던 정신병에 걸렸을 때부터의 이야기를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만드는 유머로써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으니까. 더불어 그 고귀하다는 로얄 패밀리들에게 날리는 조롱과 풍자도 가득하게 말이다.

영화 초반 의복을 준비하는 시종들의 모습에서 이러한 풍자가 서곡을 알린다.
의회에 출두하기 위해 왕관과 의복을 준비하는 시종들은 왕관에 묻어 있었을 잡티를 제거하기 위해 그 신성한 왕관에 침을 퉤~! 뱉어서 자신의 더러운 옷소매로 쓱쓱 문지르는 장면이나 정신병의 증상 악화로 배출행위의 조절이 불가능해 여시종의 침실에 속옷바람으로 쳐들어가 배뇨를 하는 모습이라던지.....자신의 꼭두각시 격인 의회의 인물 앞에서 또 쌌어~! 를 연발하면서 흐느끼는 왕에게서 위엄과 기품은 이미 쓰레기 통에 쳐박아 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왕뿐만이 아니다. 평소 왕에게 뚱땡이 소리와 온갖 잔소리를 들어왔던 위축되어 있는 왕세자는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드러난 왕권찬탈을 위해 아버지의 정적들과 손을 잡고 차근차근 왕권에 근접해 나가는 모습또한 비장미는 커녕 우습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 거기에다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왕세자의 약점을 잡고 흥정을 하는 대법관까지.....

결국 측근의 소개로 알게된 야매정신과 의사의 강압과 구속에 의한 치료로 점점 정상적으로 돌아간 왕은 멍청한 왕세자의 야심을 꺽고 의회의 정적들에게 카운터를 날리면서 자신의 왕위로 완벽하게 복귀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왕 자신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끝까지 지켰던 측근들은 왕의 추한 모습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죄다 해고 되버린다.

그시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야 할 국왕과 그의 일족들...그리고 의회의 정치인들까지....
분명 영화속에서의 모습과 말하는 모습까지 결코 평민이라고 볼 수 없는 특권층에게 감독이 날리는 원투 스트레이트 로우킥 콤비가 섬광처럼 터져 나오는 영화였었다. 영화가 끝나고 암전속에서 허연 글씨로 나오는 조지왕의 구체적인 병명과 그 병이 주기적으로 발병하며 예측 불가능이면서 유전된다는 문장에서 이유를 알수 없는 웃음이 실실 흘러 나왔다.

뱀꼬리1 : 영화에서 나오는 권력의 열외자인 여성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 현명하고 똑똑하게 보여진다. 첩없이 왕의 아내로 12명의 자식을 나은 왕비는 왕에 대한 진실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줬으며, 왕세자의 정부는 결국 왕의 압력으로 결혼은 못하지만, 언제나 바른소리와 바른생각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왕비의 측근 펨브룩 부인 역시 왕과 단절된 왕비를 왕과 만나게 하기 위해 왕의 시종경비를 유혹하면서 왕의 복귀에 결정적인 역활을 해준다. 물론 나중에 뻥 차버리지만~~

뱀꼬리2 : 영화속에서 양쪽으로 갈라선 채 논쟁을 펼치는 의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 1760년에서 1820년 사이의 모습일 것인데 왜 우리나라 국회보다 민주적이고 선구적으로 보이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뱀꼬리3 : 내용도 내용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대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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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1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강력한 뽐뿌이옵니다..^^
영국의회의 토론문화는 정말 부러워요

마노아 2006-09-1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보고 싶어지네요. 추천!

토트 2006-09-1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영화 재밌어요. 메피스토님 덕분에 생각나네요. ^^

Mephistopheles 2006-09-1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 영화 속의 한장면만으로도 영국이란 나라의 의회민주주의 수준을 엿볼 수 있었답니다..^^
마노아님 // 예 2시간이 조금 못되는 영화고 나름대로 즐겁게 볼 수 있을 껍니다.^^
토트님 // 전 하도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 했는데 어제 저녁에 다시 보니까
거의 다 기억이 나더라구요..암튼 혼자서 낄낄 거리면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