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고등학교1학년..기나긴 내 병원생활의 원정기..
치과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이가 부실하거나 혈기왕성한 젊음에 주먹질을
자주해서 옥수수를 쏟아내거나 혹은 남의 옥수수를 쏟아버려서 특별했던게 아니라
난 위의 기간동안 혜화동의 S대학병원에서 교정이라는 혹독한 원정기를 경험했었다
유독 나의 어머니는 바이오 레이더의 감지가 뛰어나신지 자식의 신체적인 변화에
상당히 예민하셨던 걸로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2학년때 역시나 나는 그 막강한
레이다 망에 걸려서 또래의 아이들 보다 하학(아래턱)의 발달이 독보적인 것을
캐치하셔서 날 S대학병원에서 검진을 받게 하고 결국엔 주걱턱 되기 싫으면 교정을
받으라는 처방을 받기에 이르렀다
집에서 상당히 먼 거리를 난 위의 기간동안 한달에 한번꼴로 오전조퇴를 하면서
진료를 시작했고, 얼굴의 2/3을 감싸는 턱싸개부터 시작해 생니에 접작제로
붙이는 철물까지..때론 교정에 지장을 준다며 나지도 않은 사랑니를 잇몸을
째고 뽑아내는 고문도 당하면서 원정을 진행시켰다.(덕분에 내 중학졸업사진의
모습은 한쪽볼에만 사탕을 물은 돈 꼴레오네의 모습이다.)
원정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나를 거쳐 간 인턴,레지던트 선생님들은 축구팀을 만들
정도였고 청순하고 젊었던 간호사 누나는 결혼해서 억척스런 아줌마로 변신하는
모습까지 볼 정도로 난 그 병원에서 환자로써 터줏대감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지각을 했고 한 시간여 정도 담당교수님을 기다렸을까 웅성웅성 소리와
함께 교수님은 독수리날개대형(헬리코....중략 인용)으로 제자들을 거느라고 내가
앉아있는 곳까지 오셨다.
곳이어 이어지는 진료.. 입을 벌리게 하고 요리조리 관찰을 하시던 교수님은 생소해
보이는 선생님께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다. 당황한 신참 선생님은 내 옆에 앉아서 내
이에 붙어있는 교정틀들을 점검하고 조이는 조치를 취하는 중 내 앞의 서랍에서 기구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하긴 당황할만도 하지.. 꽤 수가 되는 동료와 교수님까지 옆에
모셔놓고 준비도 되지 않은 시험아닌 시험을 치루고 있으니..
그런데 이 선생님은 좀 심했다. 원하는 기구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못찾고 진땀만
뻘뻘 흘리고 있는 중이였고 지켜보던 교수님의 표정도 결코 심상치 않게 변해가고 있었다.
식당개 3년이면 라면 끓인다고 한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인 내가 같은 치과 같은
자리에서 7년 넘게 생할을 했다면....
` 찾으시는 거 오른쪽 세 번째 서랍 안쪽에 찾아 보세요 '
입을 벌리고 안되는 발음으로 나는 순수한 마음으로 당황하시는 선생님께 도움을 드렸을
뿐 이였는데 상황은 그게 아니였다. 주변 동료들은 킥킥거리기 시작했고 나를 담당하시는
교수님은 실실 웃기까지 하는게 아닌가. 반면 내 도움을 받은 진땀 선생님의 얼굴색은
잘 익은 토마토의 그것과 가까울 정도로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그 후 난 치과에 가서도 내 진료 시 다른 환자를 보는 그 선생님을 자주 목격했고 우연
인지는 몰라도 그 선생님이 내 입 속을 들여다 보는 경우는 없었다.
시간이 흘러 난 자의에 의해 교정틀을 제거 했고 남들보다 조금은 나왔지만 흔히 말하는
주걱턱은 모면했던 것이 다 저 10여년간 공을 들인 원정때문이 아니였나 싶기도 하다.
그때의 그 진땀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잘난 척 한 중딩 덕에 얼마나 무안
을 당하셨을까... 선생님..저 그 때 잘난 척 할려고 한게 아니고요 정말 선생님 도와드릴
려고 한 소리였거든요...??
뱀꼬리.. 요즘 위에 걸린 책을 즐겁게 보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나도 교정 안해도 주걱턱 안되는데..치과의 음모로 하게 된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