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TV에서 봤던 슈퍼맨을 보면서 보자기 목에 묶고 나도 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으로 보자기를 휘날리면 동네 언덕배기를 내달렸던 기억이 난다. 나뿐만 아니라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난다...는 의미에 일종의 환상 내지 동심을 가지고 있진 않을까 생각이 되어진다.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를 접하게 된 건 20년이 조금 모자라는 과거였다. 아직 일본의 문물이 정식적인 방법으로 개방이 안되었고 요즘처럼 P2P의 환경은 전무했던 지라 애니메이션쪽에 오타꾸적인 성향이 강했던 가까운 지인에게 복사본 비디오 테잎으로 봤던 기억이 난다.
자막도 없었던지라 뭔소리를 하는지도 몰랐고 결국은 30여분을 보다가 별로네...라면서 비디오 테잎을 빼버렸었다. 현지 일본에서도 극장상영 후 흥행에 참패를 했다는 소문을 들었고 그 사실에 진짜 별로구나..라는 선입견이 단단하게 박혔던 애니메이션이 아니였나 싶다.
그 후 몇년이 좀 흘렀을까 우연히 자막까지 구해서 다시 봤던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는 몇년 전 처음 감상했을 당시의 무식하고 편협했었던 내 자신의 부끄러움을 느꼈으며 이 애니메이션에게 심심한 사과를 했었던 걸로 추측이 되어 진다.
에반겔리온, 나디아(The Secrets of Blue Water)등으로 유명한 가이낙스의 첫번째 작품이였던 이 애니메이션을 두번째 보면서 느꼈던 감상은 내 어릴 적 동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초의 유인우주비행의 환타지를 `오네아미스'라는 가상의 봉건왕국에서 가이낙스적인 시선으로 가이낙스식으로 이야기를 꾸려 나갔던 명작이 아니였나 싶다.
87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요즘처럼 CG가 아닌 손으로 시작해서 손으로 만든 이 영화는 당시 제작에 임했던 제작진들이 오네아미스라는 가상국가의 의상과 배경..그리고 시대상까지 철저하게 작성하였고 그 세계의 최초의 유인 우주선 역시 나사의 고증을 받아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었다고 한다.(흥행에 엄청나게 참패했다는게 아쉽기 그지없다..)
마지막 장면, 국가간의 이권과 야합으로 발사 카운터를 얼마 남지 않은 발사대 부근에선 이 우주선을 지키는 이들과 파괴할려는 이들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결국 허울좋은 왕립우주군은 왕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그들은 결국 독자적으로 우주선 발사에 성공을 하게 된다.
단체나 권력의 야합에 자신의 꿈을 접지 않은 이 왕립 우주군을 보면서 가이낙스의 오타쿠들은 아마도 사회에서 철저하게 외면되어진 자신들의 젊은시절의 꿈을 멋지에 우주에 쏘아 올렸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 그들이 만든 애니메이션은 연일 대박~ 대박..이였다)
심약하고 전혀 영웅적이지 않은 위의 그림속의 주인공 러다트가 우주를 향해 쏘아 올려질 때의 기합이 잔쯕 들어간 표정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다.
뱀꼬리 붙이면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뒤집어지게 웃었던 장면이 있는데..그들의 우주선은 목재로 만들었고 망치질로 수선을 하는 장면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