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말 정확히는 아마도 12월 30일이 아니였을까 생각이 되어진다. 그 날 일찍 사무실을 나온 나와 막내 직원은 책을 구입하고자 사무실에서 가장 가깝다는 강남터미널 지하에 있는 Y문고로 향하였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서점이며 종로에 있는 모대형서점에 비해 답답함이 덜한 관계로 자주찾는 이 문고에 들어서서 각자 필요한 책을 고르고 있었다.  작년에 입사해 온갖 궂은 일을 해온 막내에게 선물이라도 하나 해주고 싶은 마음에 만만한(?) 폴 오스터의 소설을 하나 사주기로 생각하고 작가의 작품군들이 꽂혀있는 책꽂이로 향하는 순간 상당한 낭패감을 느끼게 되었다.

서가와 서가 사이에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책을 붙잡은 젊은 것들(추정나이 20대)이 폴오스터로 향하는 모든 길들을 장악하고 있는 사실이였다. 가벼운 헛기침으로 길내기를 유도했던 나는 그들에게 일종의 개무시를 당하는 수모를 3차례 겪은 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덩치빨과 쫙 찢어진 가재미눈을 최대한 팽창시켜 나즈막한 사자후를 내질렀다.

`(약간은 소심한 버럭)실례합니다. 지나가게 길 좀 비켜 주십시오!!'

효과는 즉각 나타났고 모세가 홍해를 이렇게 갈라버렸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행동은 매우 빠르고 민첩했다. 유유히 폴오스터의 `뉴욕 3부작'을 쟁취하고 왔던길로 어떠한 방해물 없이 조용히 돌아온 나는 카운터의 직원에게 돈과 함께 책을 내놓고 막내와 만나 유유히 서점을 빠져 나왔다.

책을 읽겠다고 독서를 하겠다고 하는게 그걸 뭐라 그럴 순 없는 상황이지만 여건만 된다면 난 그들에게 몸소 다가가서 그 팽팽한 피부의 이마에 `배려' 란 단어를 아주 최대한 정성스럽게 써주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들의 모습은 요즘 읽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나오는 올망졸망 모여있는 `부흐링 족'이 많이 생각났다..키득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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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1-25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20대는 아니지만 서점 갈 일있으면(그러고 보니 서점 안간지 2년 가까이 되는 듯...^^) 이마에 '배려'를 써붙이고 가겠습니당~ ^^

Mephistopheles 2006-01-25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하하....^^ 설마요 여기 알라딘에서 서재질 하시는 분들은 그러시지 않으시겠죠...

마태우스 2006-01-27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영풍문고가 아닐런지요?^^ 아무튼 메피님, 협박으로 얻은 소중한 휴일 잘 보내시구요, 설 즐겁게 보내시어요. 토일월은 너무 잔인해요,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