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 (Magazine B) Vol.13 : 레고 (LEGO) - 국문판 2013.1.2 합본호
B Media Company 지음 / B Media Company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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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한 권을 샀다. 두께가 얇다. 가격은 그리 싸지 않다. 그렇다고 부록으로 뭔가 대단한 걸 주지도 않는다. 그 많은 광고는 단 한 장도 실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실제 느끼는 두께의 부피는 일반 잡지들과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온갖 상업 광고를 죄다 뜯어낸 잡지의 볼륨은 볼품없고 초라해 보이니까.

 

그런 면으로 따진다면 이 잡지는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단 하나의 품목에 대해 집요하리만큼 파고든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여러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빼곡이 채우다가도 갑자기 클로즈업 된 사진과 간단한 문구 몇 개로 몇 페이지를 채우곤 한다.

 

이렇게 처음 만난 매거진 BB가 주는 약자 이니셜처럼 Brand에 대한 철저한 고찰을 지향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으며 생활 속에 밀접하게 파고들고 있는 상품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그것이 아이들 장난감이던 불타는 금요일을 연소시켜주는 소주, 혹은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선글라스, 향기가 진동하는 비누 덩어리건 간에..

 

Issue NO.13

LEGO

 

단순히 아이들 장난감이라고 칭하기엔 그 역사나 규모를 무시할 수 없는 “LEGO"를 다루는 이 한 권의 잡지는 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사를 160여 페이지에 쏟아 놓는다. 플라스틱 조각들이 가지고 있는 자체적인 역사와 그걸 접하는 사람들의 생활과 영향. 과거와 현재, 더 나아가 미래의 레고에 대한 폭넓은 시선을 선사해준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조각들이라는 선입견은 희석된다. 하나의 브릭을 시작으로 순차적, 규칙적 혹은 이와 반동되는 비순차적이며 불규칙적인 연속성 속에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이념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브랜드의 확장을 노린 것이 아니라, 단지 레고의 주 소비자 층이 반길만한 제품을 공급하고자 노력했을 뿐입니다. 우리 회사는 디즈니가 아닙니다.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려는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은 레고 브릭에서 출발해야 하고, 레고의 이념과 맥을 같이해야 합니다.” -안드레이 뤼데르 (레고 그룹 시니어 라이선싱 디렉터)-

 

(사실 이 견해는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 불어 닥쳤던 닌자 고레고 시리즈의 광풍 때문에 많이 무의미해졌다.)

 

서로 국적이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어린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레고를 안겨주십시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레고를 조립하며 같이 놀기 시작합니다. 레고는 만국 공통의 언어인 셈입니다. -2009년 더 logo book 서문-

 

이쯤이면 레고로 대동단결 수준이다.

 

돈만 되고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면 뭐든지 만들 수 있는 요즘의 기업생리를 생각한다. 국내 굴지의 모 기업은 다리미부터 시작해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스마트 폰에 아파트까지 만든다. 길거리 어딜 가던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그들의 로고를 보며 가끔 멀미가 나곤 한다. 포괄적인 일반화, 집단적인 단일화는 오버일지 모른다. 획일화된 브랜드의 이미지는 같을지라도 나에게 아직 “LEGO" 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은 그것들과는 차이점을 발견한다. 아마도 그것이 브랜드가 주는 순기능과 역기능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맹목적이며 세뇌적인 브랜드와는 반대로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의 대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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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3-08-1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서 이 잡지에 대한 기사를 읽었어요. 절대 해당 브랜드의 후원이나 협찬을 받지 않고 객관적인 기사를 쓴다고 하더군요. 런던과 뉴욕이었나-_- 서점에 직접 잡지를 들고 가서 평가를 받은 후 매장에 진열하기로 했다고요. 고집이 느껴지는 잡지였어요.

Mephistopheles 2013-08-13 10:36   좋아요 0 | URL
요즘같은 잡지나 신문등 대중매체가 객관적인 시가를 쓴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계속 그 뜻을 관철해나갔으면 좋겠네요. 가끔 인터넷에 실리는 IT나 자동차 관련 기사들은 냄새가 나도 너무 나요. 이게 기사인지 아님 기사를 빙자한 광고인지...

토토랑 2013-10-19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고 사장이 바뀌고.. 스타워즈 시리즈 출시해서 재미보자..
라이센싱으로 바뀌었어요.
저희 동네에 레고랜드가 있어서 거기 큰 레고상점이 있거든요. 거기를 보면 대충 신제품이나 레고에서 미는 애들이 어떤지 감을 잡을수 있는데.
3년전만해도 레고 자체 모델(citi 시리즈 라던지, 히어로 팩토리 등)이 레고샵에 반은 넘었던거 같은데
지금은 라이센싱 모델(스타워즈, 캐러비안, 호빗 등등) 이 2/3 차지하는 느낌이에요.
기본블럭을 이용한 모델들은 줄어들고, 아니 거의 없고, 독특하게 생긴 모양 블럭 조금씩 끼워서 비싸게 파는 느낌이에요..

Mephistopheles 2013-10-22 09:21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도 오리지날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유저들이 제법 많더라고요. 말 그대로 기본 블럭으로만으로 조형물을 형성하는 가장 베이직스러운 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