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짜고 있는 마님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말고는 없었다. 1년 전 분양 받은 강아지 한 마리는 시작부터 혹독한 환경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초산이었고 너무나 많은 새끼(8마리-그 중 한 마리는 사망)를 출산했고 그 중에 제일 약하게 나왔으니까. 그러다 보니 엄마 젖 먹을 때도 힘으로는 밀렸기에 나름 영민한 머리가 발달한 것 같았다. 집으로 데리고 오는 날. 두주먹이 채 되도 않는 체구를 가지고 걱정스런 눈초리로 날 쳐다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찌 내 핸드폰엔 어릴 때 사진 뿐이지...

 

 이젠 육신은 태워졌고 정말 한줌도 채 되지 않는 가루로 남아 우리 집 거실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예정보다 석 달은 더 살았다. 날 때부터 왜소한 체구. 채 영글어서 나오지 못한 탓에 신장이 기능을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더랬다. 길어봐야 1년을 넘기지 못할 꺼 라 했었으니... 그게 언제가 되었던 일단 내 패밀리가 되었으므로 그건 나의 책임일수밖엔 없었을 것이다.

 

누나가 시집가던 날. 15년 넘게 키우던 애완견을 직접 땅에 묻어주며, 개와 인간의 수명이 같지 않음을 새삼 실감하며 다신 반려동물을 곁에 두지 않겠다. 다짐했으나, 마님의 성화에 못 이겨 겨우 데려온 아이가 하필 만성 신부전증이었으니 거참.

 

첫 번째 위기는 혀의 괴사로 시작되었고, 안락사를 종용하는 병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마님의 지극정성으로 겨우 정상을 찾는 듯 했다. 다른 애들과는 다르게 특별 사료를 먹어야 했고, 그 좋아하는 간식은 이제 더 이상 먹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차례 위기를 겪었으나 그게 겨우 석 달의 연장이었을 뿐이었다. 몸을 가누질 못하고 식음을 전폐하며 유난히 사람의 품에 파고들어 낑낑거리기를 반복하기에 병원에 급히 데려갔으나 그게 마지막이었다.

 

병원 진찰실에서 너무나 고통스러운 행동을 보이기에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기도 했고 석 달 전 병원 의사들이 하나같이 말했던 고통이 심할 것이다. 란 말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결국 안락사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병원장이 버릇처럼 했던 말이 기억난다. 참 희한한 녀석이다. 라고... 지금에서야 그 뜻을 생각해보니 신장수치가 정상치의 2.5배를 넘어가면서 어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까불고 놀 수 있었느냐는 뜻이었으리라. 수치가 정상치로 떨어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음에도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며 같이 놀아 달라 까불던 그 녀석은 이제 모든 개들이 죽으면 간다는 천국에서 여전히 까불거릴 것 같다. 언젠간 많은 시간이 지나면 만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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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3-05-03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안녕, 동동. 마음 같이 할게요.

Mephistopheles 2013-05-03 17:23   좋아요 0 | URL
그래도 즐겁게 살다 갔을 꺼라 믿고 싶네요. 오래 살았으면 꽤 영민한 놈이라 나름 귀엽게 사랑받고 지냈을텐데 말입니다. 지 운명과 수명이 여기까지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