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진보” 냐 물어보면 선뜻 “그렇다.” 답을 말하기 주저스럽다. 그 흔하다는 공식적인 진보적 행동을 했던 적이 한 차례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진보가 가끔 보여 주는 거침없는 질주본능에 브레이크에 살짝 발을 얹고 싶었던 적도 종종 있었다.

 

그렇다면 난 보수인가? 라고 생각해보면 역시 그건 아닌 것 같다. 보수가 진짜보수가 아닌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이 한계라면 한계일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보수는 대부분 태생 자체가 뱀의 부정적 습성을 타고 난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었으니까. 기회주의, 수구의 모습과 습성을 너무나 많이 노출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우리나라 보수의 핸디캡이라고 보고 싶다.

 

딱 부러지게 말은 못하겠으나, 단지 진보보단 보수를 더 싫어하는 위치에 존재한다고 해야 할까. 이런 기본적인 생각은 정체성이 생겨난 시점에서부터 크게 변하진 않았다. 근 20여년을 이런 생각이 내 언행의 기본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 선진국이라 칭해지는 다른 나라의 보수는 나름 감동을 주곤 했었다.

 

영화배우, 감독 그 이상으로 좋아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알다시피 열성 공화당지지 보수 인물이지만, 그는 흔히 말하는 바른 보수는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잘못된 보수에 거침없는 일침을 가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성까지 종종 보여주곤 했었다.

 

난 이런 사람이 적어도 이 땅에 존재하는가. 의문을 가지곤 했다. 기회주의자와 수구로 얼룩지지 않은, 사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더라도 인정과 더불어 존경의 범위까지 갈 수 있는 보수.

 

 

 

몇 분짜리 연설만 가지고 단언을 할 순 없겠으나, 그래도 진정한 보수의 가능성에 조금은 희망을 걸어본다.

 

뱀꼬리 : 역대 정권 고직을 두루 걸치고 온갖 이득과 기득권층에 안주해왔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 깜짝 변신일수도 있을 것이다. 이 찬조 연설이 되어서는 안되는 인물에게 갈 표를 조금이라도 감소시키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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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2-1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념과 가치를 지키는 보수가 아니라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급급하다면 조만간 역사의 복수를 당하겠죠. 이번 선거가 그런 선거가 되지 않을까요?

Mephistopheles 2012-12-16 22:06   좋아요 0 | URL
그런데요? 우리나라 역사상. 그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한 보수가 아닌 기회주의자들이 복수를 당한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일제시대 후, 해방 후, 분단 후, 6.25 후, 군사정권 후, 민주화 후....이렇게 수많은 기회가 있었는데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