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보면 적벽에서 제갈량이 주유에게 이런 말을 한다. ‘동남풍을 불게 하여 조조의 수군을 궤멸시키겠다.’ 오나라 주유는 의아해했을 것이다. 제갈량이 아무리 날고 기어 봤자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재주가 있을라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화공과 더불어 때마침 불어 닥친 동남풍으로 조조의 수군은 말 그대로 궤멸하고 만다.  



그 바람 때문에 요즘 말이 많다. 춤바람, 치맛바람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그런 바람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하늘에서 부는 바람이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우리나라하고 가장 가까운 외국영토인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며 대량의 방사능이 유출되어 주변을 초토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연히 인접국가인 우리나라 역시 사정권 안에 들어가는 건 인지상정인데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은 바람의 방향이 편서풍이기에 한반도에 영향은 없다. 라고 단언을 하셨나 보다. 근데 이미 세계 곳곳, 일본과 비교적 거리가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방사능 물질이 미량 검출되기 시작한다.  

저 멀리 길반장이 은퇴한 라스베가스 CSI의 주 무대에서도 검출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전국 방사선 수치를 보면 과연 안전권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일단 원전에서 유출되었으리라 추정되는 방사능 물질이 강원도 쪽에서 검출되었다고 하니 아마도 조금씩 불안한 조짐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학생 때 배웠던 지구과학이란 과목이 떠오른다. 겨울이 추운 이유는 북쪽에서 불어오는 시베리아 고기압 때문이고 여름이 더운 이유는 적도에서 불어오는 태평양 고기압 때문이라는 과학적 근거. 아무리 이상기온이라고 3월 달에 눈이 와도 여름은 곧 돌아올 것이고 그때엔 태평양에서 고온 다습한 바람이 불어 닥칠 텐데 그때는 어찌 할 건지 궁금해진다.

그때는 아마 제갈량과 주유가 있는 촉, 오나라 연합군이 아닌 조조의 위나라 수군 꼴이 나지 않을까. 적벽대전에서도 조조가 조금만 현명했다면 자멸을 하지 않았을 텐데 왠지 나리님들의 모습은 그때의 조조보다 심하면 더 심하지 덜하진 않는 것 같다. 조조는 관운장의 인정으로 목숨을 건졌다지만 방사능에겐 관군장이 가진 인품따원 존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거기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비즈니스 후랜들리를 외치는 순간 ‘제명이 됐어요!’ 될지도 모른다.

30Cm 콘크리트 벽과 10Cm 납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면 안전할진 몰라도 꽉 막힌 생각에 외부와의 소통은 확실히 단절될 것이다. 세상은 아직 네빌 박사와 개 한 마리만 생존한 상태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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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0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네빌 박사와 개 한마리가 어디에 나왔던거죠?
알 듯 하면서도 기억이 안 나서 끙끙거리고 있네요.

Mephistopheles 2011-04-02 14:50   좋아요 0 | URL
'나는 전설이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