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일과를 돌이켜 보면 참 단순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월급쟁이들처럼 비슷한 시간에 출근을 한다. 꽉꽉 막히는 도로 위를 어기적거리며 달리는 버스 손잡이를 부여잡고 회사에 도착 후, 일을 한다. 그리고 점심을 먹는다. 퇴근을 한다. 집에 간다. 이름값 못하는 참으로 모범적인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은 다른 차이점을 찾아본다면 비교적 채식 위주의 식사체계와 퇴근 시 여간해선 걸어서 집까지 가는 변화가 존재한다. 겸사겸사 건강 때문이라고 하는 행위이긴 하지만 덕분에 최근 부쩍 운동량이 많아지며 나름 근력과 더불어 심폐기능, 더불어 지구력이 늘어난 것 같다. 언덕배기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 올라가도 숨이 차거나 힘겹지가 않다. 좋은 징조다.
또 다른 변화가 있다면 TV시청을 대폭 줄였다. 이건 주니어 영향이기도 하지만 꼭 봐야 할 프로그램만 선별하고 그 시간대만 TV의 전원을 올리곤 한다. 더불어 주로 고정되는 채널은 일반 공중파나 오락 프로그램이 아닌 Discovery 채널로 고정하곤 한다. 하루 종일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만 틀어주는 채널이다. 그리고 유독 즐겨보는 항목은 ‘서바이벌’ 관련 프로그램이다.
예전에 한 번 페이퍼에 언급한 적이 있던 영국인 ‘베어 그릴스’가 원맨쇼를 펼치는 Men VS Wild 는 여간해선 놓치지 않는다. 내용은 단순하다. 서바이벌 전문가인 주인공이 세계의 오지를 직접 찾아가 그 곳에서 고립되었을 때 생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는 매 회마다 극한의 상황과 마주친다. 그곳이 남미의 열대우림 숲이건 아프리카 사막이건 태평양의 외딴 섬이건 차가운 북부의 얼음대륙이라도 그에 걸 맞는 생존방법을 보여준다.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시청하다 보니 장소는 달라도 생존을 위한 공통된 공식이 존재하는 걸 알게 되었다. 몇 가지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는 그곳이 어디라도 자기는 꼭 살아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는 것. 둘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단백질과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아주 별걸 다 잡아 먹는다. 그것도 날로.. 바다 위 뗏목에선 관장으로 수분 섭취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셋째는 불을 확보하고 쉼터를 만들어라.(별별 가지가지 방법으로 불을 붙인다.) 정도이다.
그런데 요즘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상태를 보아하니 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그냥 오락거리 흥미위주로 치부하기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게 된다. 왠지 이런 걸 익혀둬야만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절멸이라면 모르겠지만 생존의 가능성이 있다면 지식이 있어야 가족과 내가 생존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거기다 요즘 들어 인터넷 온라인 샵에서 30미터짜리 낙하산 줄과 직선 나이프, 부싯돌을 구매할까 말까도 생각 중이다.
어쩌면 난 지금 그냥 준비하고 있는 중일지도 버티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생존 법칙 첫 번째만큼은 극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평소 마음가짐으로 삼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뱀꼬리 : 웃자고 쓰는 뱀꼬리인데. 베어 그릴스가 촬영을 위해 데리고 다니는 카메라맨이 그의 도시락이라는 소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