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털 사이트에 걸린 인터넷 뉴스의 머리글들을 보고 있으니 우중충한 하늘마냥 기분이 가라앉아 버렸다. 몇몇 보수적 일간지들은 어느 ‘꽃제비’ 의 죽음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 북한 내에서 취재한 다큐성 프로그램에서 먹을 것이 없어 토끼풀을 뜯어 생을 연장하는 20대 북한 여성을 취재했었나 보다. 행색은 거지 모습이고 들과 숲을 누비며 배를 채우기 위해 토끼들이나 먹는 토끼풀을 채취하는 그녀의 모습은 아마도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중요한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었나 보다. 그런 그녀가 얼마 전 시체로 발견되었고 사인은 아사. 즉 굶어 죽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고 한다.

그녀의 비참한 최후는 지금 북한의 현실이 얼마나 참혹한 지경까지 왔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커다란 이슈가 되어버렸다. 더불어 국내 정세가 평온하지 않은 상태인지라 더더욱 주목 받고 있나 보다.

이런 유쾌하지 않은 현실에서 사무실로 배달된 일간지 뒷장에 실린 짤막한 사설 한 토막에 꽃제비의 최후로 인해 우울해진 마음에 확인사살까지 당하는 심정을 느끼게 되었다. 사설의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와 봤다.

‘정부는 2009년 542억 원의 국가예산을 지원했고,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올해 절반 가까이 줄어 285억 원이 배정됐다가 내년도 예산에선 전액 삭감된 것이다.’

말머리와 말꼬리를 잘라내고 말허리만 인용한 이 사설의 제목은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 ‘0원’에 분노한다.’ 이다. G20을 개최한 선진국 대한민국에 40만 명의 어린이들이 예산 전액 삭감으로 인해 이 추운 겨울에 배를 굶는다고 한다. 비약이 심하고 빨갱이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아사한 북한의 꽃제비와 대한민국의 결식아동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구분이 안가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국가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치더라도 사회단체나 봉사단체에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방학 중 학교급식 중단으로 인해 밥을 굶는 아이들과 꽃제비의 비교는 지나친 억지라고. 그럼 조금 억지스럽지 않은 비교를 해보자. 3대 독재체제를 거치며 나라의 근간이 되는 국민, 더불어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을 굶겨 죽음으로 내모는 북한의 참담한 현실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함은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끄떡거릴 것이다. 그럼 우리 주변의 결식아동들은 단지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책임은 회피한 채 외면 받아도 되는 건지 한번쯤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양배추김치를 씹어 먹고 시장바닥에서 국밥을 말아먹던, 오뎅 한개를 처먹는데도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걸 정말 모르는 걸까? 배부르게 처먹고 주먹질이나 해대는 인간들은 평생가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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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1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배부르게 처먹고 주먹질하며 지식인인척 거들먹대는
그들은 결코 모를겁니다.

2010-12-13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