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니? 모건부부 - Did You Hear About the Morgan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부부가 있다. 그들의 겉모습은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경하는 이상형을 실현화 시킨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먼저 서식처는 뉴욕. 그러니까 그 대단하신 뉴요커시다. 거기다 여자는 잘 나가는 부동산 중계업자, 남자는 역시 잘 나가는 변호사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두 남녀가 부부가 되었으니 얼마나 멋져 보이겠는가. 그걸 강조하기 위해 영화의 캐스팅 또한 노림수를 십분 활용한 것처럼 보인다.  



섹스 엔 더 시티로 전 세계 여성들에게 브런치의 진리와 신발 오덕후의 모습을 선사하신 캐리 브래드 쇼의 잔재를 떨쳐내기 힘든 사라 제시카 파커가 모건부부의 아내 역을 맡았고 영국식 억양이 여전히 남아있는 멋들어지고 젠틀한 신사 이미지의 휴 그렌트가 남편 역을 맡았으니, 어찌 보면 영화 속 잘 나가는 부부의 역할로는 이만한 배우들도 없어 보인다.

이렇게 최강의 조화를 이룬 두 남녀가 뉴욕이라는 첨단 도시에서 멋지고 아름답게 살고 있다면 애당초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리가 만무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속 이 두 남녀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속은 갈 때까지 가버린 부부관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모든 원인은 남편의 외도에서 비롯되었고 그 결과에 봉착하기에 앞서 두 사람은 출산문제와 개인 간 오해와 반목으로 별거상태로 영화는 시작되고 있다. 더불어 남자가 지은 죄가 있기에 여자에게 계속 용서를 구하며 어떻게든 원만한 부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영화 초반에 시종일관 보여준다.

이런 위태위태한 부부의 모습에 살인사건의 목격자라는 변수를 끼워 넣어주면서 결국 이런 영화들의 9할이 넘는 결론인 해피엔딩을 향해 영화는 중반부로 치닫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예상하다시피 이 극적인 도피행각 속에 아 임 소리와 아이 러브 유를 남발하며 이 완벽한 두 남녀는 잘 먹고 잘 살았다. 로 끝을 맺는다.

상투적이고 뻔하며 지지부진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정직하게 대입시킨 나머지 영화 제목에 빗대어 말하면 ‘들어는 봤다. 이런 영화’라는 좋지 않은 평가는 불을 보듯 뻔 하지만 이런 영화에서도 건질 수 있는 무언가는 분명 존재한다.  




화려한 주인공 모건부부보다 이들이 증인보호 프로그램으로 인해 텍사스 촌 동네로 대피 후 만나게 된 장년의 보안관 부부들의 모습에서 어쩌면 이 영화에서 그나마 건질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모건부부와는 전혀 다른 오히려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이 부부는 사는 곳도 촌동네고 행동 또한 전혀 세련되지도 멋지지도 않다. 그러나 그들이 잘나가는 모건부부보다 훨씬 더 부부로서 참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에게 이유와 구실을 대며 비난하고 서로의 사랑에 대해 신용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보안관 지라드의 근사한 참견이 오히려 가장 기억에 남을 뿐이다.

‘당신들은 사랑한다면서 왜 전부를 던지지 않는가?’

주연이 아닌 조연에게 저렇게 멋진 대사와 진리를 주워들었다는 것.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뒤바뀐 것 같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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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6-2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도 이런 발랄(?)한 영화를 보는군요...ㅋㅋ 우측에는 무거운 영화만 ...

Mephistopheles 2010-06-21 17:13   좋아요 0 | URL
제가 보는 영화의 기준은 우묵직 좌발랄(?)이랍죠.

머큐리 2010-06-23 06:19   좋아요 0 | URL
좌발랄을 줄이면 좌빨???

Mephistopheles 2010-06-23 13:54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럼 전 이제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수사만 받으면 되는 건가요? ㅋㅋ

마녀고양이 2010-06-21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리뷰를 보니 보라고 하시는건지 아니면 말리시는건지 조금 헛갈랍니다만.. ^^

Mephistopheles 2010-06-22 11:52   좋아요 0 | URL
음 그건 각자의 자유의지..(나만 당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