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 어 파이어 - Catch a Fi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혁명가와 테러리스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라는 뫼비우스 띠 같은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위험천만하고 무모한 행동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존재한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혹은 자신에게 직접 가해지는 억압과 탄압으로 인해 그들을 혁명가의 길 혹은 테러리스트의 길로 인생의 나머지를 모조리 저당 잡아 버린다.

쿠바의 위대한 혁명가 체 게바라도 모터사이클을 타고 주변국을 여행하며 목격한 서구자본에 의해 억압받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목격하고 그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다면 아르헨티나의 어느 도시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부르주아의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마오쩌뚱도 백범 김구선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에 언급했던 사람들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메이저 혁명가는 아니더라도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패트릭 차무소 역시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언더그라운드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그 역시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탄압으로 인해 혁명가 혹은 테러리스트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지금이야 월드컵 축제열기로 시끄러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지만 수십 년 전 이 나라는 대놓고 인종차별을 자행하는 국가였다. 오일공장에 근무하는 평범하고 순종적이며, 정치와 민족해방에 관심조차 없었던 그의 삶이 한 순간 변모해버릴 정도로 그 당시 남아공은 살벌하고 비인간적인 상태가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었다.

친구들의 죽음과 가족에게 까지 확대되는 폭력에 분노한 그가 결국 아프리카 혁명전선의 일원이 되어 옆구리에 폭탄을 주렁주렁 매달고 자신의 삶의 터전이었던 공장을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분노라는 감정으로 가득 채워진 그가 이렇게 테러리스트의 생을 살아갔다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그가 불꽃같은 삶을 살다갔던 혁명가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차별성을 부여한다.  



만델라에 의해 평화적 해방이 이루어진 후, 자신을 억압했던 무리나 인물에 용서와 화해라는 연결하기 힘든 방향으로 생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자기 자신만이 아닌 가정까지 무참하게 파괴했던 보안대 소속 닉 보스 중령을 용서하고 자신을 밀고한 아내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또 다른 비극의 희생자인 고아들을 친자식처럼 돌보는 결말을 보여준다.

패트릭 차무소라는 아프리카 변방의 유명하지 않은 남아공 독립투사의 삶은 이렇게 진행되어가고 있다. 분노 보다는 용서와 화해. 체 게바라와 같이 강렬한 불꽃같은 모습이 아닌 주위에 모여 앉아 있으면 따뜻한 온기를 유지시켜주는 모닥불 같은 모습. 어쩌면 그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이런 모습이 혁명의 궁극적인 완성형은 아닐까 생각되어진다.

패트릭 차무소는 실존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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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아내가 밀고해요?
우째 이런 일이~~

Mephistopheles 2010-06-06 02:52   좋아요 0 | URL
그를 체포하기 위해 보안대 닉 보스(팀 로빈스: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가 거짓 정보를 아내에게 흘립니다. 질투심을 유발시켜 밀고하게끔 만들어요. 영화를 보면 상대역으로 나온 닉 보스 대령...굉장히 무서운 인물로 나와요. 테러리스트 체포를 위해 고문과 회유를 아주 절묘하게 섞어서 자행하거든요..

비로그인 2010-06-06 02:58   좋아요 0 | URL
이런 영화를 보면 몸 속의 장기가 막 오그라들 것 같아서...

상영종료라니 다행이야!
상영중이라면 보러가고 싶을꺼고...
DVD 시판 중이라면 걍 살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Mephistopheles 2010-06-06 14:05   좋아요 0 | URL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보고 있자면 답답한 맘이 들며 숨 쉬기 약간 힘들어지죠..^^

L.SHIN 2010-06-0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뭐였더라... 무슨 '호텔'...(아, 이 눔의 저질 기억력 -_-)
아프리카에서 있었던..실화를 바탕으로 한..두 민족간의 갈등 속에서 한 남자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자 애썼던 영화가 생각납니다.

Mephistopheles 2010-06-07 21:09   좋아요 0 | URL
그건 호텔 르완다.후투족과 투치족의 분쟁이었죠...어마어마한 학살극이 자행되었답니다. 다른 분쟁과는 다르게 군이 개입한 사건이 아니라 말쩡하게 잘 지내던 이웃이 원수로 돌변해 서로 죽이고 죽였죠..

L.SHIN 2010-06-08 13:16   좋아요 0 | URL
맞다! '호텔 르완다'
맞아요. 저는 그래서 그게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따라쟁이 2010-06-0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파요. 가만히 있어도 아파요. 이럴때.. 이런영화는 너무 힘들어요. ㅠㅠ

Mephistopheles 2010-06-08 01:22   좋아요 0 | URL
제 서재 오른쪽을 보시면 힘든영화 종합선물셋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