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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존 - Green Zon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맷 데이먼 주연의 '그린 존'을 보게 되었다. 내용의 핵심은 음모론으로 소문 무성했던 사항이 결국 진실로 밝혀지는 역사적인 이슈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오래 전 이야기이며 지구 반대편 머나 먼 나라의 이야기이기에 우리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영화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영화는 근래 우리나라와 대입시키면 전혀 낯설지 않은 설정을 가지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미국과 이라크의 2차 중동 전쟁의 후반부. 자칭 세계의 카우보이이며 피스메이커인 미국은 엄청난 화력을 앞세워 이라크를 초토화 시킨다. 수도 바그다드까지 점령 후 사담과 그의 잔당 소탕에 총력을 기울이며, 이들이 이라크를 침공하게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준 대량살상무기의 실체를 밝히는데 군을 투입한다.
그 중심에 영화의 주인공인 로이 밀러 준위(맷 데이먼)는 연속되는 거짓정보로 대량살상무기의 확보에 번번이 실패하게 된다. 남은 임기만 채우고 조용히 본국으로 되돌아가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겠지만 밀러 준위는 여기에 왜?를 대입시키며 서서히 음모의 꼬리를 밟아가게 된다. 서열상 바닥에 쳐진 일개 장교가 알게 된 사실은 치밀하게 완성도가 높은 시나리오 속에 이와 관련하여 전쟁에 노출된 여러 인간들과 마주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음모의 핵심인물이며 밀러의 접근을 막는 국방성의 고위관리와 배후에서 밀러를 돕는 CIA 지부장, 진실의 의미를 채 파악하지 못하고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에 들러리를 선 여기자. 이런 굵직굵직한 직책을 가진 인물들보다 돋보였던 이라크의 상이군인 프래디의 행동과 대사는 유난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외치는 마지막 대사 ‘이라크가 어떻게 되건 당신들이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는 영화의 핵심을 짚어주기까지 한다.
이미 진실로 밝혀진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는 허구였고 이런 거짓 정보의 배후에 미 국방성과 이라크 군지도부가 깊숙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하게 언급하고 싶은 건 소위 국가 지도층의 파워게임에 무참하게 희생과 유린당한 대상은 이라크의 국민들과 명분 없는 비열한 전쟁에서 개죽음을 당한 전장의 병사들이라는 상투적인 진실을 답습하게 된다.
단순한 영화 한 편에 현실을 대입시키니 이런 저런 생각할 거리를 많이도 만들어 준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지만 복잡하게 만들어주는 현실이 가장 큰 골칫거리일 것이다.
뱀꼬리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부류의 영화에 심기가 불편한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는 완성도를 떠나 어떤 재재나 검열 없이 제작되어지고 상영된다. 우리가 흔히 쉽게도 말하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모습을 보여준다.
얼마 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의 영광을 안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는 영진위의 제작비 심사에서 0점을 준 심사위원이 있었다고 한다. 왜 그랬는지는 언급하지 않아도 감이 잡힌다. 참고로 이창동 감독은 참여정부 시절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한 편의 전쟁 스릴러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부여하고 개연시키고 싶지 않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선 영화의 내용뿐만이 아닌 제작배경까지 대입시키게끔 상황이 만들어지게 한다. 영화 속 밀러 준위처럼 왜?를 언급해도 각종 불이익을 당하는 세상으로 뒤바꾸고 있다.